매국보다 구걸이 낫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8-28 19: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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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한 외국인이 미국의 보수신문 기고글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파문의 당사자는 그동안 보수단체들과의 잇따른 반북집회로 물의를 빚어온 ‘폴러첸’이라는 이름을 가진 독일인이다. 북한주민의 인권을 주장하던 그가 이번에는 우리 대한민국 상황도 북한과 다를바 없다며 세계를 향해 외장을 치고 나섰다.

폴러첸은 비슷한 전력을 이미 과시했던 미 신문 WSJ 기고를 통해 “지금까지 나는 북한의 인권침해와 체제변화를 이야기 해왔지만 이제는 남한에서도 인권침해, 심지어 정권교체를 이야기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며 “기본적인 인권, 언론의 자유, 언론기관의 자유는 현정권 하에서 위협받고 있고 노무현 정권은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인터넷 공간은 지금 폴러첸을 향한 공분으로 들끓고 있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지금의 기분을 솔직히 말하자면 그에게 신문지면이라는 점을 감안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고 싶지 않다.

문제는 그가 상식선 이하의 사실왜곡으로 도배질 된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를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있는데도 더구나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하는데도 이를 감싸고 두둔하는 일부 우익들의 어이없는 행동이다.

그들은 폴러첸의 행위가 의미하는 상황 자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지금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고 부화뇌동하는 꼴은 황당하다 못해 통탄스럽다.

무지하고 편협한 한 외국인이 소영주의에 사로잡혀 우리의 자존을 짓밟는 망동을 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인권운동가라고 추켜세우는 무뇌아적인 발상 앞에서 할말을 잃어버리겠다.

편협으로 가득한 것도 글이랍시고 넙죽 실은 WSJ 역시 우리나라에 대한 딴지걸기에 단단히 재미를 붙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발 더 들여 넣고 보면 그들의 트윈쇼(우리의 우익단체는 백댄서) 이면에는 뭔가 또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지 싶다. 폴러첸 스스로도 북한주민의 인권을 위해 북한을 정치적으로 도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이어지는 그들의 상식 밖 행동은 ‘이북에 대한 인권문제를 세계언론에 부각시켜 강경기조의 미국 매파가 조성한 이북에 대한 강경 시나리오를 합리화시킬 수 있도록 국제여론의 방향을 자신들이 설정한 방향으로 유도해서 정당성을 받기 위한 의도적인 시도’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판이다.

극우세력과 미 매파의 이익이 부합돼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우리의 자주통일 기류를 방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신차리자. ×인지 된장인지는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잿밥에 눈이 멀어 매국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를 바엔 차라리 거리의 걸인으로 나서는 게 백 번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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