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이라니 …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17 19: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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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두 야당 국회의원이 검찰 소환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바람잘 날 없는 정치판이 또 다시 어수선해졌다.

현재 현대 비자금과 관련해 검찰 출두를 요구받은 국회의원은 모두 4사람.

이들 중 한나라당 박주천 임진출 의원이 검찰소환에 응하지 말라는 당 지도부 권면에 따라 불응 입장을 보이고 있는 분란의 당사자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들이 밝힌 ‘불응’ 이유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검찰발표 내용과 관련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박 의원과 임 의원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 검찰 수사가 총선자금으로 살포한 현대비자금 사건에 대한 물타기차원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다, 또 현 정부가 신당창당에 유리한 정국을 조성하려고 야당을 탄압하고 있다는 저의가 명백하다는 등의 이유로 소환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응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탄압’이다.

스스로 소환일을 앞당겨 조사를 끝낸 민주당 박주선 의원과 자신의 재판이 진행중인 법정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역시 탄압받는 정치적 희생양을 자처한 바 있다.

검찰이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을 무리하게 탄압할 정도라면 힘없고 돈없는 일반 서민들은 진작에 몰살대상이 됐어야 하지 않을까.

언제부터 검찰이 높은 분들의 ‘전용탄압지대’로 변질됐는지 모르겠지만 설혹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있다손 치더라도 일단은 응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참으로 가관인 것은 검찰이 오늘중이라도 무슨 일로 부르는 것인지 알려주면 당자사들과 협의해 출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야당지도부의 태도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범죄혐의로 검찰소환을 요구받는 처지에 수신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챙기기는커녕 오히려 특별대우를 하지 않는다고 으름장이다.

누구는 잘나서 검찰로부터 사전에 심문내용을 보고받을 수 있고 누구는 모자라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가.

민주당은 대표를 비롯한 대상자 모두가 검찰수사에 응했었다. 억울하다고 등뒤에 숨는 것 보다 직접 검찰에 나가 자신의 결백을 밝히는 모양새가 훨씬 합리적이다.

한 때 ‘탄압’이 전하는 뉘앙스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던 시기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유신과 군부독재에 의해 인권의 숨통이 막히던, 대책없이 ‘탄압’이 자행되던 7, 80년대 당시 속절없이 탄압받던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는 다수의 국민이 있었다.

과거 그토록 애절한 울림을 주던 이 단어를 이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면죄부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참으로 엽기적인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아서라, 그대 한량들이여.

진심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결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게 세상 이치라는 사실을 왜 못 깨닫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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