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힘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09-23 19: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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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뜨거운 동지애로 뭉쳐있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길을 선택하는 와중에 빚어지는 불협화음에 대한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하다.

서로를 향해 내뿜는 독기도 만만치 않다. 함께 할 때는 이래저래 감싸지던 작은 흠집조차 갈라서고 난 지금은 서로를 공격하는 흉기로 돌변했다. 애초부터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사이보다 못한 악연의 파노라마가 이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경재 의원의 경우다.

김의원이 누구인가.

국민경선 도입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후 노무현 선대위 홍보본부장으로 국민경선과 노무현 후보의 홍보맨으로 뛰며 ‘국민후보 노무현’을 탄생시키고 노후보가 후보단일화 여론조사를 수용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던 신주류 핵심인사다. 그런 김의원이 노무현대통령과 통합신당을 거부하고 민주당에 잔류했다.

지난 대선 전에서 당시 노 후보가 곤경에 빠질 때마다 맨몸으로 막아내던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건만 지금은 신당과 노무현 정권을 향해 가장 극렬하게 독설을 퍼붓고 있는 당사자로 돌변해 있다.

유치원생만 돼도 ‘적과 동지(?)’ 개념이 확실하다.

그런데 유독 정치권에서만큼은 피아의 경계가 모호하다. 거의 조변석개 수준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무지 함께 할 수 없을 정도의 분위기로 으르렁거리던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공동의 적인 신당에 맞서 의기투합했다.

그것도 국감현장에서 말이다. 이쯤 되면 그들이 갖고 있는 최고의 가치는 당리당략이라는 심증이 굳어진다.

그러한 그들에게 정치적 이념이나 정당논리의 존재가 안중에 있을 리 없다.

혼란의 와중에서 사람들은 정당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공간을 침해받는다. 정치권에서 빚어진 혼란의 폐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 책임소재는 엄밀하게 말한다면 정치권이건만 전혀 죄스러워하는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면서도 보수나 진보 할 것 없이 저마다 자신들의 주의주장이 ‘국민의 뜻’이라는 거짓말을 해댄다. 일의 사안 사안마다 ‘국민의 뜻을 받든 것’이라며 스스로의 행보를 포장하기 바쁘다.

그렇다고 국민의 납득을 얻기 위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국민의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이들은 그러고도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겠다는 것은 몰염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저마다 자기 중심을 갖고 ‘본때’를 보일 필요가 있다.

정치권 소용돌이에 절대 휘말리지 말고 독립된 판단력으로 내년 총선에서 표심으로 확실한 펀치를 날리는 것.

그것이 바로 유권자의 ‘본 때’다. 스스로의 권익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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