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의원이 검찰조사에서 SK 비자금 100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시인했으며, 최 의원의 자백 내용은 그동안 검찰이 확보한 여타 진술증거와 일치한다는 검찰 발표도 이어졌다.
더구나 SK 비자금 100억원 가운데 상당한 액수가 선거 활동의 비공식 보조금으로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이 엄청난 난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여파로 지금의 정국 상황은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한나라당의 대응모습은 실망 그 자체다.
SK 비자금이 불거질 당시만 해도 최의원은 “동창회 코 묻은 돈 1백만원, 50만원도 공식기구를 통해 입금했고, 지난 대선때 재정위원장을 맡긴 했으나 실질적인 업무를 총괄하지 않아 결재도 한번 한적 없다”며 “SK에는 아는 분이 없고 직접적인 관계도 없으며 SK로부터 어떠한 돈도 받은 게 없다.
SK 비자금 수수설은 물론 개인적인 비리와 후원금 유용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펄펄 뛰었다. 심지어 야당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 ‘야당탄압’ 운운도 잊지 않았다.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할 만큼 어리석은 건지 사태의 호도를 위해 짐짓 딴 짓을 하는 건지 한나라당의 생뚱함은 최의원의 100억 수수설이 정가를 강타한 22일에도 이어졌다.
최병렬 대표는 박진 대변인의 대독을 통해 “SK자금 수수로 심려를 끼쳐 드린데 깊이 사과한다”며 “공정한 수사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짤막한 간접사과를 내놓았다.
또 지난 20일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가 생겼다면 마땅히 책임을 지겠다”며 비자금 연루를 강하게 부인하던 이회창 전 총재 측은 연계설 차단에 급급해하며 ‘최 의원의 개인 비리’로 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엊그제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SK돈 11억을 횡령한 사건이 터지자 한나라당은 즉각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촉구했었다.
그런데 자신들의 비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못해 적반하장격인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세에 몰린다고 국회에서 ‘여당 200억 수수설’을 터뜨리며 물타기를 시도하다 상대방이 반발하자 ‘아니면 말고’로 꽁무니를 뺀다. 소속의원들은 공정하게 수사하라며 압력성 시위를 위해 검찰에 몰려갔다. 기왕에 자백한 내용에 대해서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마지못해 시인한 것’이라며 미련을 보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서로 모른다며 책임전가하기에 바쁘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잘못을 했으면 진정한 반성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비정상적인 꼼수는 자칫 사태를 원치않은 방향으로 확산시키는 기름붓기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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