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0-30 19: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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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최근 들어 점입가경 경지에 이르고 있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공방전을 지켜보는 기분은 참으로 씁쓸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 대선자금 허위 회계처리 주장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노관규 민주당 예결특위 위원장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데 이어 민주당 재정에 정통한 핵심당직자가 노위원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신빙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다 노대통령 대선자금 이중장부 발언을 둘러싼 진위여부도 논란거리다.

입장이 궁색하기는 열린우리당 측도 마찬가지다. 당초 제주도후원회장 자격이어서 제주도후원회비 비정액 영수증 363장을 반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이상수의원측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 막가파식 공격으로 서로를 흠집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예의마저 외면하면서 이들이 추구하고 있는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그들이 어떤 관계였던가.

한솥밥을 먹으며 희로애락을 나누던 동지사이였다. 경로야 어찌됐건 공동의 노력을 통해 대통령을 당선시킨 기쁨도 공유한 처지다.
아무리 이혼한 부부가 남만 못하다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오히려 요즘의 이혼부부들은 헤어진 배우자에 대해 적대감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우호적으로 챙겨주는 등 상대방의 발전을 위해 조력하는 관계로 남는다고 한다.

하물며 개인적으로 치명적 상처를 남긴 관계도 아니고 단지 정치적 관점을 달리해 갈라선 정치적 관계에서 이토록 극렬한 반감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비싼 세비와 정당보조금을 쓰고서 그것이 모자라 기업한테 비자금 받아 쓴 사실을 두고 국민들에게 다투듯 고자질하는 모습은 솔직히 역겹다.

그런 사람들에게 국민의 막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위임하다니. 이들에게 직무유기 죄목을 들어 그동안 국회의원이랍시고 챙긴 국민 혈세를 몽땅 다 물어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눴던 사이인 만큼 상대방의 강단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을 악용하는 그들을 보고 누가 지도자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똑같이 진흙탕에서 뒹굴고 있건만 전혀 게의치 않는다. 국회의원들이 동네 꼬마들 패싸움 수준으로 놀면서 내년총선에서 또 뽑아달라고 손을 내민다.

이런 차에 나온 이만섭 전국회의장의 발언은 되새겨볼만 하다. 정치권이 대선자금 등 국내 정쟁에 몰두한 나머지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등 일본 우익인사들의 망언이라는 민족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정치권을 질타한 이전의장의 발언은 백번 맞다.

국회의원의 의무사항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엉뚱한 짓(?)에만 열 올리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퇴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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