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정치 중지해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3-11-18 18: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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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움직임이 분주해진 ‘정치 세습’을 질타하는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세습이란 그 가문에 속하는 신분·재산·직업 등을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세습정치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 심각한 현상이 바로 이웃나라 일본에서 나타났다.

이번 일본총선에서 480명의 당선자 가운데 무려 122명이 세습의원이었다고 하니 가히 놀랄만 한 수치다. 4명중 1명이 세습정치인인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 150명의 세습파 입후보자 가운데 122명이 당선됐기 때문에 당선율도 81%나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나 아베 신조(安倍晉三) 자민당 간사장도 모두 세습의원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런 나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적어도 선진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당연히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역시 세습정치인들이 많은 편에 속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홍일씨는 이미 금배지를 단 중견 정치인이다. 또 정대철 의원은 정일형 박사의 2세 정치인으로 부친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부자가 합쳐서 중구에서만 13선을 기록하고 있다.

역시 부친의 지역구(수원 팔달)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 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 남경필 의원도 당내에서 소장파의원으로서의 위치를 구축하는 등 자립에 성공한 케이스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아들 성동씨는 관악을 지구당위원장을 맡아 4선인 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동진 전 의원의 아들인 이승엽씨도 동작갑에서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와의 결전을 준비중이다.

사실 이들만 해도 여론의 직격탄을 피해갈 면죄부는 있다. 최소한 몇 년간 지역 출마를 위해 나름대로 공들인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총선 몇 개월 앞두고 선대의 위용을 밑천 삼아 지역 경선에 나서겠다는 정치2세들의 얄팍한 속셈이다. 특히 이들이 몰리고 있는 지역은 현역 물갈이론에 힘입어 공천 경쟁이 치열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는 거제도 출마를 위해 출사표를 냈으며,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 웅래씨가 경기 안산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 박관용 국회의장의 아들 재우씨도 마포지역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고 민주당 김상현 의원의 아들 영호씨도 서대문갑 출마를 거의 굳힌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림막 삼아 정계진출을 꿈꾸는 사람은 위험하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익히 경험한 바와 같이 우리의 성숙한 유권자 의식은 ‘지연-간판-자금’이 없는 ‘386세대’를 대거 당선시킨 저력을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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