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4일 의총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측근비리의혹사건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재의(再議)를 거부하고 전면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 비상대책위는 이날 회의에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내에서 농성에 돌입하면서 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고, 일정 시점이 지난 후 농성을 풀면서 국회등원 거부와 의원직을 총사퇴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이 의원직을 총 사퇴할 경우 이번 정기국회의 법안 및 예산안 심의는 모두 중단돼 입법부 기능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정국은 극한 투쟁으로 치닫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몇 가지 사례를 겪었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엄포’가 공연한 으름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 강경 대응 쪽으로 입장을 정한 것은 어디까지나 한나라당의 자유의사 표현으로 우리가 관여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문제다.
사실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는 헌법이 정하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따라서 설혹 대통령이 국회가 제출한 법안에 대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또 국회 역시 이에 대해 재의결을 시도하면 그 뿐이다.
그런데 그동안 재의결하겠다고 외쳐대던 한나라당이 하루아침에 재의를 거부하고 ‘투쟁’을 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재의 거부 방침은 결국은 다분히 총선을 겨냥한 당리당략일 뿐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대선자금 수사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나선 것 역시 한나라당의 본색을 드러낸 것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이니 의원직 총사퇴니, 예산심의 거부니 하는 ‘방패’를 내세우는 행위는 그 덩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같은 방식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 의석에서 절대적 열세를 보이던 야당이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 투쟁방법이었다.
무소불위의 괴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를 모방하는 행위는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검찰의 본격적인 정치비자금 수사를 막고, 내년 총선까지 특검정국을 끌고 가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특검 재의거부를 들고 나왔다면 이 역시 그동안 한나라당이 번번히 두었던 ‘악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지 마라.
급하다고 무조건 고양이를 문다고 다 성공하는 쥐가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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