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에는 인생이 무한히 긴 줄 알았다. 마치 먼 우주를 생각하듯이 우리의 인생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시간의 속도가 나이를 먹을수록 빨리 흘러간다고 한다. 나도 살면서 그 말의 뜻을 실감한다. 40대에는 40킬로, 50대에는 50킬로의 속도로 시간이 흘러간다.
이러한 삶의 속도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유한함을 깨닫는다. 마치 여름방학이 지나가듯이 우리의 삶의 흐름도 마지막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남은 날이 지나온 날보다 짧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대학 친구 중 유학을 간 친구가 있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부하나 잘한 덕택에 서울로 유학을 왔고, 또 대학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한 탓으로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미국 유학을 떠났다. 원래 가난한 집안의 아들인지라 충분한 학비도 지원 받지 못하고, 미국의 대학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다. 아침 점심 저역을 햄버거로 때우고, 냉기가 도는 기숙사에서 밤을 새워 공부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남보다 1년 일찍 박사학위 과정을 마쳤고, 또 논문도 교수의 칭찬을 받을 정도로 잘 썼다. 논문 인쇄를 맡기고 돌아오는 날, 친구는 배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본 결과 위암 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미국에서 치료하기에는 너무나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다시 하고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그의 병세는 너무나 악화되어 있었다. 장례식 날, 미국에서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이 왔다. 박사학위증을 놓고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는 미국 명문대학의 박사학위를 받기 위하여 태어났고, 또 그것을 이룬 후 세상을 떠난 것 같았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한다.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다 기울인다. 그러나 목표가 달성되면 다행인데, 어떤 경우는 목표가 달성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어떤 경우는 목표는 달성되었다 해도 건강이 나빠지거나 때로는 어떤 일로 인해 죽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를 본다면, 목적보다는 삶의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게 되었다. 삶은 유한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은 삶의 유한함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목적을 위해 목숨을 쉽게 건다. 그러나 인생의 그 어느 것도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목표는 없는 것이다.
단기적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위해 다른 것을 잠시 중단하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장기적 목표를 걸고 오직 그 목표만을 위해 인생을 다 거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나는 삶의 방향을 잘 정하고 그것을 위해 정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오직 그것만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생활은 반대한다. 예컨대 고등고시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40이 넘도록 시험공부만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만일 40이 넘어서도 고시에 합격이 되지 않았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현재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에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이 세상이 끝난다 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고 하는 스피노자의 말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 꼭 사과나무를 심어서 그 열매를 내가 따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삶이 이 한순간 끝난다 해도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먼 미래에 오늘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걸어서는 안 된다. 그런 삶을 살면 목적이 달성되지 않을 경우,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무(無)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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