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올인’ 반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09-06 20: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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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재 철 국회의원 수도이전과 관련한 문제를 살펴보는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그 필요성에 관한 것이다.

과연 수도를 이전할 필요성이 있는지, 있다면 투입되는 비용과 예상되는 이익은 어떤지를 살펴보는게 그 핵심이다.

먼저 개념의 혼란부터 정리하고 넘어가자. 정부에서는 ‘수도이전’이 아니라 단순한 ‘신행정수도 건설’이라고 얘기하는데 세계 어느 나라도 행정수도, 입법수도, 정치수도 이렇게 수도가 나뉘는 나라는 없다.

한 나라에 수도는 하나뿐이다. 따라서 수도이전이라고 하든지 아니면 ‘(신)행정수도’가 아니라 행정중심 도시, 또는 행정기능 도시의 건설이라고 해야 옳다.

정부에서는 수도이전의 필요성으로 ‘수도권 인구의 과밀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2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투입되는 비용으로는 45조6000억원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는 즉각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가 50만명 규모라고 말하는데, 학자들은 이 정도면 ‘수도이전’이 되는 2030년의 수도권 인구 2554만명(통계청 예상)의 불과 2%에 불과해 과밀해소 효과 자체는 극히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미미한 효과를 위해 46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곧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금새 드는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은 옳은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것이 수도이전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인지, 아니면 수도이전이 아니더라도 다른 정책수단으로 가능한 것은 아닌지라는 물음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

학자들은 우선 파급효과로써 정부의 계획대로 건설투자가 되더라도 생산기준으로 52.5%가 충청도에, 27.6%는 수도권에 귀속되며(곧 80.1%가 수도권과 충청권) 나머지 지역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토의 균형발전과는 거리가 먼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리고 투입되는 돈에 대해서도 정부는 2030년까지의 45조6000억원 가운데 정부에서 직접 대는 돈은 11조2000억원밖에 안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계산에서는 아예 감추었거나 적게 계산된 것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안보관련 비용은 한 푼도 계산하고 있지 않다.

수도를 이전할 경우 새로 구축되어야 할 방공망, 정보통신망, 지하벙커 등 지휘망, 수도경비망 등을 비롯해 방위체계 변화에 따른 기존 서울 방위망의 변화·보강 비용 등 엄청난 안보비용이 빠져있다.

또 토지보상비의 경우 당초에는 보상기준시점이 2003년 1월1일이었으나 2004년 1월1일로 바뀜에 따라 토지보상비만도 공시지가로 따지면 계획상의 46조에서 62조로 34.8%가 증가하게 된다.

또 인천 국제공항에서 ‘행정수도’로 연결되는 도로망·철도망에 대한 계산은 단 한 푼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더욱이 생존에 필수적인 물에 대한 비용고려가 전혀 없다.

금강水系는 ‘행정수도’를 건설하지 않고 현재 상태대로 가더라도 2011년이면 물이 1억400만톤이 부족(건설교통부의 01~20 수자원장기종합계획)하게 된다.

거기에 인구 50만 명의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총 2억톤의 물이 필요하게 돼 팔당댐 규모(2억4400만톤)의 댐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데 금강수계에서는 불가능하다. 결국 물 대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도 임시수도 건설계획 중에서 금강수계의 물 부족을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겼던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45조6000억원이라고 했지만 곧이들을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미 지난 역사에서 우리는 고속전철 공사에 원래 계획보다 3.2배, 새만금방조제사업에는 2.4배나 많은 돈이 들어갔다는 잘 알고 있다.

처음에는 돈이 얼마 안들어 간다고 눈속임으로 얼버무린 뒤 일단 벌려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배째라’는 식으로 국민들의 돈을 훔쳐가는 수법인 것이다.

46조원을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이 돈이면 1인당 93만7500원씩, 1가구당 3명으로 치면 1가구당 281만원씩을 부담해야 하는 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이전 공약으로 ‘지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이미 실토한 바 있다. 전 국민의 60% 가량이 반대하고 갈수록 반대비율이 높아만 가는 수도이전 문제를 이제는 더이상 정략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수도이전이라는 대역사는 국민의 합의와 축복속에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국민의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일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만용으로 국가와 국론을 조각내지 말아야 한다.
수도이전 문제는 한국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천년대계이다.

1만불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8년째 맴돌고 있는 지금 우리 한국의 상황이 한가하게 수도이전 문제로 시간과 돈을 허비할 때인가.

왜 수도이전에만 ‘올인’하는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이제라도 즉각 수도이전 문제를 접고 그 대신 모든 역량을 경제회복에 쏟아야만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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