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0-10 21: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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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진 국회의원 {ILINK:1} 이번 국감에서 국방부에 질의를 한 이유는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에 따른 안보불안 요소를 점검하고, 정부의 대화를 촉구하고, 국민에게 안보현실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국가안보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국가 안위와 국민 생명에 직결된 안보문제에 대한 신뢰할만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안보를 책임진 열린우리당이 이를 ‘비밀누설’이라는 구실로 윤리위에 제소하고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에 대한 비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국가안보마저 정치 공세의 도구로 이용하는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행태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질의의 출발점은 국방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2003 연구보고서 초록집」이었다. 국방연구원이 해마다 발간하는 이 초록집은 전년도 국방연구원의 연구자료 목록과 간단한 설명이 실려 있고 일반에게도 공개된 자료다.

주한미군 감축과 재배치가 한반도 안보현실에 미치는 영향의 중요성은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 누구나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기에 국방연구원 측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후 국방연구원 측은 본 의원이요청한 연구보고서를 국회 비문 열람실에 비치하였다는 회신을 해왔고, 이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자료를 열람했으며 별도로 연구원의 대면보고를 통해 설명을 들었다.

오랜 공직생활과 변호사 생활을 통해서 공직자로서 법을 지키고 비밀을 준수하는 의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누구보다도 투철한 준법의식과 분별력을 가지고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으며, 그런 자세로 이번 질의를 준비했다.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집중 배치한 야포와 장사포가 유사시에 수도권 방어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국방부가 발행한 국방백서, 각종 학술논문, 군사전문지, 국내외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금번 국정감사에서도 합참의장은 답변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의 위험이 심대하다”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 있는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한국군 단독전력으로 북한의 장사정포와 방사포를 어떻게 막겠다는 것인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증원전력 전개에 차질이 있을 경우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인지, 북한의 비대칭 전력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어떻게 지키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현실적인 대책을 설명하고 안심시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

질의서 전체에 함축된 본질적인 문제는 애써 외면한 채 ‘기밀누설’이라는 억지주장과 정략적인 정치공세로 본 의원을 매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질의서는 국감 하루 전인 지난 3일 밤 국방부에 전달됐다. 정부 측은 질의서 입수를 통해 답변을 사전 검토하고, 의원 측은 질의서 내용을 사전에 통보하는 것이 국회 국정감사의 관행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질의서를 전달받은 국방부와 국방연구원 등 관련 정부 부처는 이러한 질의서에 대해서 사전에 단 한번의 문제제기도 없었다.

당일 날 질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방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최악의 경우 한국군 단독전력으로 수도권 방어가 가능하냐는 저의 질의에 대해서 국방부장관은 현장에서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답변을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질의서 준비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고, 질의 내용 중 국가 기밀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이 단 한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안업무시행규칙에서는 II급 비밀을 ▲국가방위에 중요한 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항 ▲국가방위계획 및 그의 효과를 중대하게 위태롭게 하는 사항 ▲국가의 중요한 정보활동계획 및 특수 치안활동에 관한 부분적인 사항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비밀분류기준의 자의성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본 의원의 질의서는 단 한건도 이 규칙을 어긴 것이 없다.

질의서와 질의과정을 통해 해당 연구 보고서의 개략적인 내용과 전체적인 방향을 참고했을 뿐, 구체적인 데이터, 전략적 고찰, 전개상황, 작전 계획, 부대 배치, 향후 추진계획 등 민감한 부분은 단 한건도 인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보에는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라는 지적을 ‘비밀누설’로 치부하며 정치공세를 펼치는 정부여당의 궁색한 태도는 오히려 이 정부의 안보관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여당이 국가 안보를 걱정하며 안보의 현실을 직시해 대책을 요구한 야당의원의 성실한 국정감사 활동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매도하는 한 안보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된다. 진실을 말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책무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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