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없는 국가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1-21 18: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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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 영 (국회의원) {ILINK:1} 우리 사회에선 1등이 최고입니다.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올림픽과 아시안 경기대회를 할 때면, 우리 사회는 알게 모르게 1등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 버릇이 생겨납니다.

2등이나 3등은 기억하지 못해도 금메달을 딴 선수들의 모습은 뇌리에 오래 기억합니다.

특히, 이런 국제경기를 전후한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 대부분이 1등 선수들만 클로즈업하여 방영됩니다.

‘1등만이 최고이고 최선이다’라는 사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경쟁중심의 우리 사회 구조에선 필요악이란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엔 항상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 낙오자들이 발생합니다.

1등이 있다면 반드시 꼴찌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등위라는 결과보단 경쟁의 과정, 노력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모습도 등수나 결과로 평가하는 사회에서 과정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어야 건전한 경쟁과 노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등을 꼭 하고 싶은 것은 있습니다.

특히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있어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으로서 몇 가지 분야에선 1등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부패 없는 국가입니다.

얼마 전 국제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 한국본부’는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TI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14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10점 만점에 4.5점을 얻어 47위를 기록했습니다.

상식적으로 146개국 중에 47위, 그리고 10점 만점에 4.5점이면 잘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 보통 국민들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잘 판단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시아 지역 나라 중에 싱가포르는 9.3점으로 5위, 홍콩은 8.0점으로 16위, 일본은 6.9점으로 24위, 대만은 5.6점으로 35위, 말레이시아는 5.0점으로 39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흔히들 OECD라 말하는 국가 중 TI 가입국 30개국 중에 23위입니다.

작년에 한국은 4.3점으로 133개국 중에 50위였습니다.

작년에 비해 올해 등위가 3등 올라간 것입니다.

가입회원국이 늘었고, 부패지수도 좋아졌고, 등위도 올라갔으니 좀 나아진 점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 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인식 지수는 국내 기업 및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국가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정치인, 고위공직자에 대한 뇌물 공여가 얼마나 빈번한가 등 부패정도에 대한 의견을 모아 평가한 것입니다(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세계경제포럼(WEF) 등 12개 국제기관이 다국적 기업 최고 경영자 등을 상대로 실시한 18개 설문조사를 활용함).

대통령의 부패추방에 대한 단호한 의지와 부패방지위원회의 다양한 활동, 정부 차원의 ‘반부패 청렴사회구현’이란 구호 속에서 꾸준한 반부패 활동을 벌여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기업인들은 한국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우리들은 흔히들 수출 세계 10위, 국가경쟁력 세계 29위 등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몇 위를 차지하는가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올림픽에선 온 국가적 관심이 세계 10위안에 드느냐에 집중됩니다.

이런 노력도 중요하지만, 세계 투명지수 10위 안에 드는 깨끗한 나라라는 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정과 부패가 없는 깨끗한 사회, 정당하고 합리적인 국가로 세계에 알려지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깨끗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우리들이 사는 생활 구석구석에서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단호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먼저 정치인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사회적 지도층이 반부패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언론에 나온 춘천지역 판사들과 관련된 입에 담기 부끄러운 부패상을 접하면서, ‘먼저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6개국 중 47위란 초라한 성적,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부패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저는 먼저 반성하고 먼저 개혁해 나가는 의원이 되고자 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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