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고양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3-02 19: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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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달 25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1급 이상 정부고위공직자들의 재산변동사항’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투기의혹 때문에 구설수를 타고 있다.

특히 부인이 임야, 논, 밭, 주식 등 적지 않은 규모의 부동산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의 경우 유난히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 이 부총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남다른 것은 경제 정책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그의 업무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고위 공직자에게 보다 높은 잣대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공무집행 과정에서의 설득력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경제 부총리가 부동산 투기 축재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짓밟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는 판단아래 대통령까지 직접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는 와중에 말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이하며,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라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불사하겠다”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에게 경제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역할을 맡기는 것은 한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생각 밖에 안든다.

도대체 투기꾼을 앞세워 ‘투기와 전쟁’을 하겠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각종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취임 이전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부동산 매매를 해왔다.

더구나 그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의 전형적인 투기수법인 위장전입과 명의신탁, 매매가격 낮추어 신고하기 등 사실상 모든 불법과 편법이 동원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래서야 누가 이 부총리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믿으려 하겠는가.

그는 실제로 토지규제 완화와 도시민의 농지취득조건 완화 등 토지소유 완화정책을 시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관련 정책도 공공아파트 분양원가공개 반대, 1가구 3주택의 다가구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 반대, 골프장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의 유보 등 부동산과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당사자다.

한마디로 투기를 보호하기 위한 ‘온상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것이 경기부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자신의 치부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나친 억측일지.

지난 10.29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부터 부동산을 시가 보다 낮게 팔아치우고, 그것도 매매가보다 낮게 신고했다고 하니 그의 정직성은 이미 상실된 것 아니겠는가. 그 정도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는 뻔뻔하게도 “장관임명전의 부동산 매매는 용인해줘야 한다”는 발언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다.

청와대는 더 이상 이 부총리에게 미련을 보이는 어리석음을 재고해 주길 바란다.

생선가게에서 고양이가 보일 행태는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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