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따로 없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3-16 2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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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16일 대통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참여정부 동안에 시장의 질서를 공정, 투명하게 하고 원칙과 신뢰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이 항상 성공할 수 있도록 시장 질서를 만들어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당연한 당부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말씀이 영 체모가 서지 않게 됐다.

대통령의 당부와 엇박자 행보를 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 때문이다.

참여연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행정부의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이 주식을 보유하거나 거래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금융감독기관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관련 정보에의 접근 가능성이 높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결정하는 당사자 격인 고위 공직자들의 이 같은 행태는 사회적 지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우리가 참여정부 들어 가장 많이 들었던 구호가 ‘청렴’과 ‘투명’이다.

공직 인사 기준도 개개인의 청렴과 투명성을 우선 조건으로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 위치 정도 되면 대부분 ‘아홉 가진’ 사람의 범주에 속한다. 당사자 역시 다른 사람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많이 가지고 있는’ 계층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그들이 대통령 측근 자리에 앉아 대통령의 당부는 아랑곳없이 국정운영 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사유재산 불릴 궁리나 하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이들 속에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정책 실장 등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래놓고 정작 당사자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통령 혼자 아무리 맑은 물을 강조한다 해도 ‘영’이 제대로 설 리 없다. 상층부부터 흙탕물 범벅인데 그 이하 물줄기가 어떻게 맑아지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산 증식은 개인적인 능력의 범주에 속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자들이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그들의 바르지 못한 재테크 방식은 눈총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정부차원에서 공직사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백지신탁제도의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와중이다. 그런 차에 고위 공직자들의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상당의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들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실망은 차치하고라도 성실하게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평범한 소시민을 맥 빠지게 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공공의 적’이다.

영화에서처럼 공공의 적을 박멸(?)해주는, ‘천적’의 존재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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