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특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5-24 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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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역시 서울 강남구는 황제가 지배하는 특구라고 할만하다.
시민단체인 ‘함께하는시민행동’이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주민투표조례 및 주민감사청구 조례 제정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 250개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강남구만 이들 조례 제정을 모두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권문용 강남구청장을 “주민소송 전국 1호로 선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지 못한 데는 다 이런 연유가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주민투표법 시행(2004년 7월) 후 1년이 다 된 지금까지 주민투표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강남구와 또 하나 전남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 구례군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200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주민감사청구조례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전국에서 강남구가 유일하다.
이쯤되면 강남구는 가히 ‘강남특구’요, 권문용 구청장은 ‘강남황제’라고 불릴만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권문용 구청장이 살아남는 길은 자신이 구청장으로 있는 동안 이들 조례를 막는 길 뿐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주민투표법상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은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제7조 제1항)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아예 조례가 없다면 적법한 청구대상인지 여부를 따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투표청구에 필요한 청구인 숫자 역시 조례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제9조 제2항) 몇 명의 주민 서명을 받아야 청구가 가능할지도 알 수 없게 된다.
만일 이들 조례가 제정된다면 당장 위례시민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들이 구청장 부인의 해외경비를 주민혈세로 부담한 것을 두고 소송을 제기할 것은 불 보듯 뻔한 마당이다.

게다가 ‘툭’하면 소송을 남발해 예산을 낭비한 것도 소송을 당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 조례제정을 외면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단체다.
따라서 주민이 지방자치에 참여하는 길을 봉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더구나 주민투표법은 제2조 제1항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민투표권자가 주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조례 미제정 행위는 법취지에 반하는 위법행위인 것이다.
강남구의회는 무엇하고 있는가. 의원발의를 통해서라도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옳지 않은가. 주민 자치권 보장보다 구청장 보호를 우선하는 의회라면 존재할 가치도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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