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논란, 이제 결단해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23 20:08:5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국회의원 이광철 {ILINK:1} 지난 시기에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자행된 불법도청과 그 도청자료 안에 담긴 내용에 대해서 국민의 의혹과 분노는 날로 커져만 가는데, 정치권은 이에 대한 해답을 내어놓지 못하고 또 다시 정쟁의 늪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모든 정치세력이 진상을 밝히는 것에 동의한다 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3개의 법안(1개의 특검법과 2개의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하여 놓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며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야 4당은 지난 8월9일자로 국회에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청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특검법)’을 공동으로 발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한편 같은 날 열린우리당 소속 문병호 의원과 이은영 의원은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도청테이프 등의 처리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였고, 민주노동당 역시 단독으로 ‘국가안전기획부 및 국가정보원의 불법 도감청 자료의 공개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해 두고 있습니다.

지난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X파일 녹취록을 근거로 삼성그룹으로부터 이른바 ‘떡값’을 받은 전 현직 검찰 간부의 실명을 거론한 시점부터 이미 이 사건은 검찰이 다룰 수 없는 ‘예외적인 사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직 중에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받고 퇴직 후에는 삼성의 법률고문이나 이사 등으로 임용된 검찰간부들, 이른바 ‘삼성장학생’들의 명단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이런 검찰에만 수사를 맡긴다는 것을 국민은 더 이상 납득하지 않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먼저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서 매듭을 풀어야 합니다. 수사주체의 문제인 ‘특검’을 수용하고, 공개절차의 문제인 ‘특별법’을 관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애당초 한나라당이 특검을 들고 나온 것은 자신의 떳떳하지 못한 과거가 밝혀지는 것을 지연하고 물타기 하려는 불순한 의도였음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국가수사기구인 검찰의 위상을 존중해 주자는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의 ‘선의’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먼저 특별법의 제정을 전제로 하고 특별법상의 진실위원회가 불법도청자료의 내용을 검토하여 위법사항이라 판단한 사안에 대하여 특검에 수사를 요청하는 방식의 새로운 특검법안을 여야합의로 추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수갑을 찰 각오로’ X파일의 진상을 밝히겠다는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결의에는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며 마음이나마 보태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그 스스로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개인적인 폭로’를 통해서 현행법을 위반하고 수갑을 차는 것보다는 하루빨리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진상을 밝힐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옳은 일이며 정·경·언 유착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에도 유익합니다.

특검법 공동발의를 주도했던 한나라당이 ‘특별검사에 의한 내용공개’를 두고 당내 논란에 휩싸여 주춤거리고 있는 마당에 민주노동당은 더 이상 한나라당과의 공조에 미련을 두지 말고 우선 특별법 통과에 협조하여야 합니다.
열린우리당의 특별법과 민주노동당의 특별법은 그 내용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불법도청자료의 공개를 위해서는 현행법(통신비밀보호법)의 제약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공개의 주체를 두고 입장이 다릅니다.

민주노동당의 법안은 불법도청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의 장이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에, 열린우리당의 법안은 별도의 기구인 ‘진실위원회’를 구성하여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법도청자료를 보유하고 있거나 장차 보유하게 될 기관은 검찰, 국정원, 특검 등일 것입니다. 검찰이나 국정원 등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어서 특검을 하자면서, 그들에게 해당 자료의 검토와 공개를 맡기자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입니다.

불법도청자료의 내용 전체를 열람하고 이의 공개여부를 결정하여 국민에게 진실을 밝히는 것은 별도의 기구인 진실위원회에 맡기는 방식이 옳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특별법에 동의하여 하루빨리 ‘진실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협조하기 바랍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권력에 의한 불법도청과 정·경·언 유착의 부패사슬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의 논란은 무의미한 탁상공론일 뿐입니다. 둘 다 용서받지 못할 범죄행위이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어두운 과거입니다. 국민은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실체적 진실의 규명과 책임자의 처벌을 바라고 있습니다.
나라 전체의 힘과 지혜를 모아 대처해야 할 국가적인 현안이 산적해 있는 이 때, 온 국민이 어두운 과거에 발목잡혀 지루한 논란과 불신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치권, 특히 집권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의 책무입니다.

과거 안기부에 몸담았던 공안검사 출신인 한나라당 의원이 소리 높여 ‘진상규명’을 운운하고, 정작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책임과 자격을 가진 열린우리당이 오히려 소극적인 것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이 적반하장의 아이러니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제 결단이 필요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