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속개를 기대하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29 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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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김근식 {ILINK:1} 4차 6자회담이 조만간 속개될 예정이다. 일단 고지의 8부 능선까지 갔지만 마지막 정상을 오르지 못해 그곳에 베이스 캠프를 치고 다시 등정길에 오르는 것인 만큼 새로운 기대와 함께 우려 또한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속개되는 회의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단계 4차 회담을 돌이켜 보면 사실 북미간 초보적 신뢰형성 뿐 아니라 협상의 내용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3차까지 진전된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북한의 핵동결과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이 동결을 넘어 핵폐기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미국 역시 그에 대한 댓가로 다자 안전보장과 대북관계 정상화 및 경제지원의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는 사실상 핵문제 해결에서 필요한 양측의 요구사항을 원론적이지만 서로 수용하겠다는 합의로써 그 자체가 매우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북미 양국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다는 의사와 함께 상대방이 반사적으로 거부하는 기존 이슈는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유연함을 보였다. 즉 북한이 신경질적으로 싫어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미국이 협상과정에 제기하지 않았고 북한 역시 미국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핵보유를 전제로 한 핵군축 회담 주장을 테이블에 올려 놓지 않았다. 서로 필요로 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서로 원하지 않는 것을 피해가는 협상의 기술을 보여준 것이다.
또한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의제로써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논의가 합의되었음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6자회담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다자틀의 논의구조임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관련 당사국들이 논의를 진행한다고 합의한 것은 6자회담이 북한의 핵포기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냉전구조 해체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사실상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북미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할 때,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바로 정전상태의 한반도이다. 북한과 미국이 교전당사국으로서 아직도 정전상태에 놓여 있는 만큼 향후 양국간 관계 정상화는 전쟁상태의 명실상부한 법적 종료를 전제로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남한과 북한이 휴전선을 경계로 군사적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법적으로는 정전체제에 따른 것인 만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 된다. 결국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논의하기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핵 문제 해결이 질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협상에 임한 결과 북한의 핵폐기와 미,일의 대북 관계 정상화, 북한에 대한 다자 안전보장, 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경제지원 등 상호 요구사항에 대한 원론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마지막에 합의문 도출에 결국 실패하고 만 것은 바로 핵폐기의 범위와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한 것에서 였다. 따라서 속개되는 회의에서는 이 쟁점을 어떻게 현명하게 합의해 낼 수 있을까가 중요한 관심사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핵문제의 조속 타결을 위해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북한의 6자회담 복귀과정과 남북관계 정상화과정을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이제 직접 나서서 남북관계와 핵문제를 챙긴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제 경제회생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진전은 김위원장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다.
6.17 면담으로 직접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고 현안들이 정리되자 이후에 열리는 15차 장관급 회담과 10차 경추위 등에서 북한은 오히려 남한이 놀랄 정도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7월 말에 개최된 경추위에서 북한은 남북한의 경제요소를 결합하는 새로운 경협방식을 제안했고 그 시작으로 남측이 신발과 의류, 비누용 자재를 제공하고 그 댓가로 북한은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등 광산자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남한의 경공업과 북한의 광공업이 상호 결합하는 윈윈의 경협방식은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경협방식인 바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 경공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한 것은 북한이 이제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남북관계에 임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한 북측의 정부대표단이 우리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충원 국립묘지를 참배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남북관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최근의 모습은 앞으로 핵문제에서도 통크게 문제를 전격적으로 풀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쟁점으로 남아 있는 평화적 핵이용에 대한 논란은 이미 북미 모두 상대방의 의사와 논리를 충분히 알고 있으므로 시제를 구분하는 방식 즉 현재에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을 불허하되-이는 북한도 전력이 있는 지라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미래에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을 용인하는-방식으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북미 양국의 상호 이해와 양보를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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