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집정부제에 관하여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8-31 19: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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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운영위원장 손 혁 재 {ILINK:1} 정치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원집정부제(Double Executive)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를 낯설어 하는 국민들이 많지만 이미 우리나라 정부형태에는 이원집정부제적 요소가 있다.

대통령제이면서 국무총리를 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 이원집정부제가 소개된 것은 1980년이다.
유신체제가 무너진 뒤 개헌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헌법학자 김철수 교수가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라는 명칭으로 처음 소개했다.

반(半)대통령제, 신대통령제, 제어(制御)된 내각제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요소를 절충한 일종의 혼합정부이다.
이원집정부제는 평시에는 내각제처럼 운용되다가 비상시에는 대통령제처럼 운용된다.
평시에는 수상을 수반으로 하는 내각이 행정권을 행사하며 의회해산권이 있고 입법부에게 책임을 진다. 그러다 비상시에는 입법부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 대통령이 수상 및 각료의 임면권과 비상대권(또는 국가긴급권)을 갖고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게 된다.

이원집정부제의 대표적인 형태는 드골 헌법하의 프랑스 제5공화국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래 이원집정부제는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발달했고 오스트리아, 핀랜드, 아이슬랜드, 아일랜드 등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의 기본원리는 첫째,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대통령은 입법부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가비상시에 비상대권을 발동, 직접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 내각은 내각불신임권을 갖고 있는 입법부에게 연대 책임을 진다. 수상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입법부의 동의를 받아 임명해야 하고, 입법부가 내각을 불신임하면 대통령은 입법부를 해산할 수 있다.

셋째, 국가비상시에는 대통령의 권한이 확대되고 수상의 권한이 축소된다.
이원집정부제의 특성은 권력분산체제라는 점에 있지 않고 유연한 가변적 체제라는 점에 있다. 평시에는 내각제처럼 운용되어 입법부와 정부의 대립에서 오는 정국불안을 막을 수 있다.
그러다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은 동시에 약점이 되기도 한다.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내세워 비상대권을 발동해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해도 입법부나 내각이 이를 효율적으로 견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부의 권한이 축소 제한되어 국민주권주의에 충실하지 못하고 독재화할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었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이원집정부제를 들 수 있다.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수상임명권, 의회 해산권, 국군통수권을 지닌 국가원수였다. 입법부는 정부불신임권이 있었으며 강력한 입법권을 가졌다.
그러나 히틀러가 수상이 된 뒤 수권법(授權法)을 통과시켜 대통령제를 총통제로 대체시키고 국가 원수가 됨으로써 바이마르 공화국은 독재국가가 되고 말았다.

프랑스 제5공화국의 이원집정부제도 내각제 요소를 채택하면서 수상 임명권과 수상의 제청에 따른 각료 임명권, 법률안 거부권, 하원 해산권 등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었다.
또 중요한 법률안에 관한 국민투표 실시와 비상대권을 수상 동의 없이 행사할 수 있는 등 대통령은 지위의 장기성, 불가침성, 무책임성을 바탕으로 통치했다.

수상은 정부의 활동을 지도고 행정 각 부 및 군대를 지휘감독하고 대통령이 정한 정책을 시행하고 이에 대해 입법부에 책임을 지도록 했다.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고 수상 권한은 약하며 입법부의 지위와 권한도 약했다.
정부의 안정성과 능률성을 존립근거로 내세운 이런 집행부제의 이중 구조를 오를레앙형 내각제라 불리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대통령제보다 내각제의 성격을 더 많이 갖고 있는 이원집정부제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아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그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는 총리 사이에서 어떻게 권력분산이 가능하겠는가.

권력분산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역시 국민이 뽑은 국회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것이 올바른 권력분산이다.

나아가 국민을 통치(government)의 수혜 대상이 아니라 협치(governance)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분권과 자유의 취지에도 맞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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