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사무총장 한국서 나올 가능성 높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10-03 17: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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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유엔 에스캅(ESCAP) 사무총장 김학수 UN 사무차장 겸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 사무총장은 3일 “차기에는 아시아 출신 유엔사무총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현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코피 아타 아난’ 사무총장의 임기는 2006년 말로 끝이 나며, 차기 사무총장은 2006년 가을총회에서 191개 회원국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김 총장은 이날 시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엔의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에 구애받지 말고 능력 있는 인사를 뽑자는 분위기도 있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배출되었던 그동안의 대륙별 순환 관행이 있기 때문에 차기 총장 선임에도 그러한 관행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민주화됐고, 충분한 부(富)가 있고, 외교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나라”라며 아시아인 중에서도 한국인 사무총장이 선출될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김 총장은 또 한국인 사무총장선출에 대한 북한의 반대 가능성에 대해 “국제적으로 냉전구조가 점차적으로 해소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고 또한 아직 분단의 아픔을 앓고 있는 한국에서 사무총장이 탄생한다면 냉전 종식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점들이 오히려 주변국들에게 잘 어필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유엔의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에 구애받지 말고 능력 있는 인사를 뽑자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이 지역별로 돌아가며 배출되었던 그동안의 대륙별 순환 관행이 있기 때문에 차기 총장 선임에도 그러한 관행이 적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예컨대 역대 총장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노르웨이 출신의 트뤼그베 리 → 스웨덴의 다그 함마르셸드 → 미얀마의 우 탄트 →오스트리아의 쿠르트 발트하임→ 페루의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이집트의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가나출신의 코피 아난 총장에 이르기까지 대륙별 순환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기에는 아시아 출신 총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차기 유엔 총장 후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현재 수라끼앗 사티안타이(47) 태국 부총리와 스리랑카 출신인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이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입니다.

수라끼앗 태국 부총리는 이미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세계순방을 하고 있으며,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가 지난 9월 중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수라끼앗 부총리를 공식 소개하며 지지를 요청하는 등 정부차원의 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찬드리카 쿠마라퉁가 스리랑카 대통령의 수석 고문직으로 있는 다나팔라는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으로 5년간 일한 것을 비롯해 10년간의 유엔 재직 경력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편 퇴임을 앞둔 알렉산드르 크바시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도 유엔 사무총장직에 관심을 보이는 등 중동유럽 국가들은 사무총장 자리가 아시아에 돌아가는 것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외에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는 않지만, 유엔을 잘 아는 아시아 출신 유엔 고위직 인사로 유엔 총회담당 사무차장인 중국의 첸 지안과 군축담당 차장인 일본의 아베, 개도국담당 차장인 방글라데시 출신 아노왈 차우드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미국의 입김이 절대적이라는 관측입니다. 그런데 현재 미국과 한국 정부간의 미묘한 갈등으로 인해 미국이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민주화됐고, 충분한 부(富)가 있고, 외교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나라입니다. 또한 유엔 등 국제기구 인권관련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아시아에서 차기 총장이 배출될 경우 인권 부문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한국을 아태 지역의 인권 모범국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개도국 및 선진국의 이견 조정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중견국가로서 국제사회의 공정한 조정자로서 역할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국인이 유엔 총장으로 진출하는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라고 사려 됩니다.

그리고, 최근 북핵 6자회담 타결 과정 등에서 보여준 한·미간 공조 노력들은 한·미간 두터운 신뢰관계 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설령 미국이 지원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분단국으로서 북한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는 정치적·지정학적 위치의 특성상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도 많이 있으며, 실제로 한국인 진출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주변국들의 인식 제고 등 우호적 여건 조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냉전구조가 점차적으로 해소되어 가고 있는 상태이고 또한 아직 분단의 아픔을 앓고 있는 한국에서 사무총장이 탄생한다면 냉전 종식의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점들이 오히려 주변국들에게 잘 어필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 총장께서는 에스캅 사무총장으로서 대북지원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고 계신지요.

▲북한이 지난 92년 7.31 에스캅에 가입한 이후 에스캅 차원의 북한 지원 방안에 관해 산발적인 논의가 있었으나 제가 에스캅에 부임 전까지 진전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해 4월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에스캅 60차 총회 때 북한측의 지원 요청을 받고 6월 중순 실사단을 북한에 보냈었고,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은 작년 7월 초 에스캅에 보내 에너지 등 5개 분야 기술 지원을 정식 요청해왔습니다.
1년간의 세밀한 준비작업을 거쳐 에너지, 환경, 수자원 관리, 통계, 교통 등 5개 분야 13개 북한 공무원 역량 배양 사업을 마련하여 금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지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부터 2개월 과정의 바이오가스 활용기법에 대한 훈련을 진행 중이며, 8월말에는 에스캅 전문가가 북한에 들어가 1주일 과정의 조기 수확 예측기법에 관한 훈련을 마치고 왔습니다.

산업폐기물 관리 시범사업, 도로포장 기법 전수를 위해 각각 금년 10월, 11월 중 에스캅 전문가가 북한에 들어가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며, 아울러 11월 중으로 북한 관리 7명이 태국 차오프라야 강 관리 기법을 전수받기 위해 방콕을 방문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민계정 통계 정비 기법, 가계 표본지출 조사 기법, 구매력 평가 및 빈곤 측정 기법 훈련 등 통계 기술 지원 사업이 금년 10월부터 시작돼 내년 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고압 송전기법, 기관차·객차 제너레이터 디자인 기법 훈련도 내년 3월까지 완료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같은 시범사업이 성과를 보임에 따라 에스캅과 북한간에는 내년도에 동사업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문제가 심도 있게 현재 논의 중에 있습니다. 내년도 사업은 규모도 커지고 훈련 분야도 다양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김 총장께서는 유엔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유엔에서 위치는 어느 정도이신지.

▲양해를 해주신다면 유엔 근무에 이르기까지 제 이력을 잠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35세에 유학을 떠났고, 학위를 마치고는 ㈜대우에서 철강 및 자동차 분야에서 근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40대에는 유엔 소속으로 남태평양 신생독립국의 경제개발 고문을 맡아 한국식 경제개발 모델을 전파하는 일도 하였습니다.

89년 귀국하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과 한일종합금융연구소 소장을 지낸 후 바누아투 및 솔로몬 군도의 경제개발 지원활동을 벌인 경력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재직 당시 두만강개발계획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콜롬보플랜(Colombo Plan)의 사무총장직에 진출하여 1999년까지 5년간 동 기구 활동의 활성화에 노력을 하였습니다.

지난 2000년 7월부터 방콕에 소재하고 있는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에스캅)에 나와 유엔 사무차장 겸 에스캅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엔 사무차장은 UN 사무총장, 사무 부총장(1인) 다음에 해당되는 서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에서 정통 유엔인(UN人)으로 꼽히는 김 총장을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추대하자는 모임이 결성됐습니다. 후보로 나설 의향이 있으신지요.

▲부족함이 많고 또한 국내적 인지도도 높지 않은 제가 과분한 성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하고 싶다고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버금가는 의미를 갖게 되므로 누구든 당선될만한 사람이 후보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차기 UN 사무총장 후보자의 자격 조건으로 ‘경험이 풍부한 경영자(CEO)인 동시에 언어소통에 능숙하며 다루기 어려운 다국적 기업(UN)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많고, 또한 미국은 차기 유엔 총장 자격요건으로 유엔개혁 전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실제적인 유엔 조직 개혁에 대한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은 자라고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자격요건에 맞는 적격 인사에 대한 충분한 국민적 공감 속에 국민적 지지를 받는 사람이 추대될 수 있기를 희망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김 총장님을 비롯, 여러 인사들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분들과 견줄 때에 김 총장님은 어떤 장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모두 많은 장점들을 가진 훌륭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장점이라고 할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에 비해 제가 어떠한 장점이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단지 이력(履歷)적인 면에서 저의 경우 다른 분들과 상이한 면이 있지 않나 합니다.

예컨대 한국은행, 상공부, (주)대우. 대외정책연구원 등 금융계, 학계, 업계, 관계에 걸치는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는 점, 선출직이 아닌 정규 직원으로 15년 이상 UN 기관에서 근무를 함으로써 유엔의 조직 전반과 행정에 관한 충분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UN 회원국 및 UN내 인지도로서 실제적인 조직 개혁에 대한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특히 제가 에스캅에 부임한 2000년부터 3년간 내부 개혁 작업을 통해 유엔 ESCAP을 성과 중시 조직으로 바꿔놓았다면서 유엔 내에서 ‘경영자적 사무총장’이란 격려를 제게 많이 해주고 계십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겠습니까?

▲유엔의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 본부사무국 및 유엔 산하 조직과 시스템에 대한 대폭적인 개혁 작업, 안보리상임이사국확대 등에 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개혁 작업이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류보편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에 대한 증진능력으로서 전 세계에 도처에 독재와 전쟁, 테러, 제노사이드 등으로 인하여 만연한 자유와 인권의 유린과 억압 해소를 위한 적절한 대안 제시와 추진 노력도 과제 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공정한 조정자로서의 역할과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의 통일에 기여하는 것도 주요과제로 들고 싶습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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