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한나라당 서울시당 조직강화위원장은 미래연대 활동 당시 당내 개혁의 견인차 역할로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이번에는 지난 17대 총선을 계기로 둥지를 튼 노원구와 서울시당 조직을 통해 새로운 당내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자였던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평소 관심사안이었던 통일문제 때문.
권 위원장은 16일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YS 정권 당시 남북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는 것을 보고 정치적 결단 없이는 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지난 1999년 이회창 전 총재가 정무보좌역을 맡아달라고 권유해오면서 현실 정치 마당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최대조직이었던 미래연대의 초대 사무총장직을 맡았었다. 미래연대는 그가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공들여 만들어낸 첫 작품으로 당내 개혁 세력으로 등장, 기대를 모았다. 2000년 총선 당시 미래연대 깃발아래 21명이 출마해서 14명의 당선자를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출마하지는 않았었다. 대통령 보좌역이 나름대로 의미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권 위원장은 “미래연대는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을 변화시키려면 이 총재 대통령 만들기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2000년 총선 이후 이 총재에게 항상 개혁의 화두를 선점할 것을 요청했는데 책임있는 자기변화 노력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당내의 관료주의·형식주의·권위주의 틀이 너무나 두터웠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대선패배 단초”라고 말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출마를 하지 않다가 지난 17대 총선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선패배 이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노무현 정권세력이 그전 세력보다 더 무능하다는 위기감에 생각을 바꿔 정치의 길에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2003년 1월경 출마를 결심했으나 출마지역과 가족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큰 숙제였다. 당초 당에서는 대구 출마 권유도 있었지만 수도권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의해 전통적으로 당 취약지로 알려진 노원을 지역구를 선택했다.
당의 ‘젊은 변화의 깃발’ 선두주자를 자처하던 그때는 어쩌면 무모하리 만큼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기득권 노림수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2003년 8월 노원구에 사무실을 개소했다.
노원구는 대체적으로 중산층 서민들이 많은 지역이다. 내가 해야 할 역할과 몫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총선 전 대표적인 취약지로 꼽혔다는 점을 잘 알고 선택한 것이다.
그 당시 노원구에 지인은 딱 두 사람뿐이었다. 그래도 자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인 ‘탁핵역풍’에 의해 1.9%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다. 특히 충격 받았던 것은 중계3동이 내 정치 근거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었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네에서만 1200표로 뒤졌다는 점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그래서 깨달은 것이 있는가.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나 스스로 한나라당내 개혁 주체라고 자부했는데, 민심 읽기에 둔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한나라당 권영진에 대해 정말 어려운 분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았구나하는 것을 깨달았다는 말이다. 지금 지역구에서 활동을 열심히 하는 편이다. 정치학도로서 중앙정치에서 보는 민심과 현장에서 느낀 민심의 괴리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려운 분들의 고민을 듣기에는 한계 있기 때문에 그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으로 5.31 지방선거에 장애인 대표를 주민 대표로 해서 선출직에 내세워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미 장애인 대표로 지역 회장 한 분을 기초의원 후보로 선점해 놓은 상태다.
또 당내에서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여성 1번을 여성 장애인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역 물갈이론’이 흘러나오는 데 어떻게 보는가.
▲기본적으로 무조건 전임자를 갈아야한다는 소리에 반대한다. 평가의 기준은 분명해야 한다. 정당공천을 받아 당선된 만큼 정당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 실천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했는가의 여부가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당선 가능성(주민 신뢰도 및 지지도)과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 공천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대체적으로 노원지역 3명의 운영위원장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경우 무엇보다 당원합의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지난 14일 핵심당직자 80여명이 모임을 갖고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공천 기준은 토론을 거쳐 당원들 표결로 결정하겠다. 기본적으로 경선이 옳다고 보지만 당원들 뜻이 중요하다. 단 경선 후유증에 대해 걱정이 많다. 몇 차례 연석회의에서도 결론을 못 냈다.
-서울시당 조직강화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 외부 인사영입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당내에서 경선출마를 준비중인 사람들 가운데 누구라도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다. 영입대상과 주체도 없는 영입론은 불필요하다. 지금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영입론은 당 경선 준비하는 후보의 경쟁력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반대한다. 당내 경선전은 이제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구도변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갖게 될 권역별 당원 토론회 일정 등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두각을 나타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직 후보들 개개인의 정책과 노선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2월말이나 3월 초쯤 돼야 본격적으로 후보를 알리는 판이 마련될 것이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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