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말하니` 재밌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29 18: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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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줄리엣, 대사 넣어 관객 지루함 없애 배우들, 관례 벗어나 브레이크 댄스까지 소화


프랑스 대작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이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2001년 파리 초연 이후 프랑스 관객들을 열광시킨 뮤지컬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십계’와 더불어 프랑스 3대 뮤지컬로 손꼽힌다.

2005년 국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 ‘노트르담 드 파리’와 ‘십계’, ‘돈 주앙’에 이어 네번째로 상륙한 프랑스 뮤지컬이다.

작품은 1596년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앙숙인 캐플릿가와 몬테규가의 자식들인 줄리엣과 로미오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주내용이다.

특히 대사 없이 음악과 노래로만 진행되는 기존 프랑스 뮤지컬과 달리, 국내 공연에는 대사를 삽입해 관객의 극 몰입도를 배가했다.

프랑스 뮤지컬이 특성을 버리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프랑스 뮤지컬 마니아의 실망이 있을 법 하다.

하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인 ‘극심한’ 시적 표현을 아름다운 프랑스 언어로 잘 묘사하고 있다. 노래와 음악 만으로 이뤄진 뮤지컬의 지루함을 극복한 셈이다.

또 프랑스의 개성을 살린 노랫말과 주옥같은 36곡의 멜로디도 약하고 깊이 없다는 뮤지컬 드라마의 단점을 보완한다.

오랜 세월 작사가 겸 작곡가로 활동해 온 제라르 프레스귀르빅은 다양한 장르를 어우르는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인다.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 ‘사랑한다는 건(Aimer)’와 ‘세상의 왕들(Les Rois du Monde)’, ‘베로나(Verone)’ 등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돈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무용가 출신 연출가 레다의 연출과 안무도 수준급이다.

아시아 투어의 시발점인 한국 공연을 위해 새로 선발한 배우 43명은 이른바 ‘날아다니는 춤꾼’들인 만큼 춤사위가 역동적이기만 하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처음 만나는 무도회 장면에서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배우들은 현대무용과 아크로바틱, 비보이들의 브레이크댄스까지 모든 장르의 춤을 소화한다. 무용수와 배우들이 나눠지는 프랑스 뮤지컬의 관례를 탈피, 주인공들이 직접 춤을 추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고전 작품을 현대 감각으로 재창조한 캐릭터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남남북녀를 연상케 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강렬한 춤으로 죽음을 표현하는 ‘죽음’ 역, 감초 같은 연기를 펼치는 줄리엣 유모, 줄리엣을 짝사랑하며 고뇌하는 사촌 티발트, 흑인 신부 등이 귀는 물론 눈까지 즐겁게 한다.

아케이드의 구멍뚫린 비스듬한 큰 벽, 배우들이 손으로 직접 움직이는 원통형 무대는 2001년 초연에 비해매우 간결해졌다. 그래도 유럽 중세의 매력과 현대적인 분위기를 두루 보여준다.

‘로미오 앤 줄리엣’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감흥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대작 뮤지컬이다. 중간중간 매끄럽지 못한 우리말 번역 정도가 옥에 티다. 공연은 2월27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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