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열풍’ 케이블도 점령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1-25 19: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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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드라마 인기 시들… 방송사들 일제히 사극 선택 ‘대박없다’… 왕과 나·이산등 20~30% 나눠먹기 시청률

사극 열풍이 드디어 케이블 TV로까지 확산됐다.

17일 첫 방송된 채널CGV의 미스터리 사극 ‘정조암살미스터리-8일’은 첫 회부터 3%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뒤이은 OCN의 신개념 성·의학 사극 ‘메디컬 기방 영화관’도 20일 첫 방영시 이에 근사한 시청률을 보였다.

지난해 MBC에서 조기종영 됐던 ‘조선과학수사대 별순검’ 역시 MBC드라마넷에서 부활, 케이블 시청률 ‘마의 벽’이라는 4%대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

물론 전반적 사극 열풍을 주도하는 4편의 공중파 사극 ‘왕과 나’, ‘이산’, ‘대조영’, ‘태왕사신기’-도 순항 중이다. 모두 20~30%대의 안정적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청률 순위 10위 내에 일제히 포진돼 있다. 한 장르가 이토록 TV를 독점한 때는 일찍이 없었다.

이처럼 대세를 이루는 사극 열풍 원인은 그간 다각도로 분석돼 왔다.

그 중 가장 널리 인식된 것이 대선정국과의 연관성이다.


▲사극바람… 대선때문이라고?
대표적 예로 ‘주간한국’의 기사 <찬바람 불면 ‘사극 열풍’>이 있다.

기사는 “가을과 겨울에 사극이 호응을 얻는다는 계절적인 요인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적인 관심이 정치에 모아지는 점이 사극 열풍을 불러오는 것”이라 분석하고, “과거를 돌아보면 대선이 열리는 해엔 유난히 사극이 인기를 모았다” 주장하고 있다. “1997년 KBS 1TV ‘용의 눈물’, 2002년 KBS 1TV ‘태조 왕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사실 근거자료 제시부터가 틀렸다. 2002년은 어떤 의미에서건 사극 열풍의 해가 아니었다. 2002년은 오히려 트렌디 드라마의 전성기였다. ‘로망스’, ‘유리구두’, ‘명랑소녀 성공기’ ‘겨울연가’ 등이 안방 시청자층을 차례로 공략했다.

1997년도 ‘용의 눈물’이 히트한 것은 맞지만, 진정한 승자는 시청률 65.8%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트렌디 드라마 ‘첫사랑’이었다.


▲2007 사극열풍 근원은?
과거 예를 드는 것이 오류일 뿐이며, 2007년 대선은 뭔가 남다르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2007년은 ‘대선정국 연관설’을 성립시키는 데 있어 오히려 문제가 더 크다. 불과 10월 초까지만 해도 국민의 대선관심도는 40% 이하로 추락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과연 2007년의 사극 열풍은 그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를 위해선, 먼저 현상을 새롭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2007년의 사극 열풍’ 자체가 잘못된 명제다.

사극은 꾸준히 고정적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초대박’을 여러 번 탄생시켜 왔다. 근래 들어서도 ‘해신’, ‘대장금’, ‘다모’, ‘불멸의 이순신’, ‘주몽’ 등이 계속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난데없이 사극이 ‘열풍’으로 비화되는 까닭은 사극이 유일하게 예전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열풍’아닌 고정적 인기
정확히 말하자면, 시청률의 중심을 잡고 있던 트렌디 드라마가 약세에 약세를 거듭, 이제는 20%만 넘어도 대박 소리를 들을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틈새시장을 차지하던 시트콤 인기도 이제 시들하다.

결국 ‘2007년 사극 열풍’ 핵심은 사극의 안정적 시청률에 고무된 방송사가 그것이라도 붙잡으려고 일제히 사극을 제작한 상황에 불과하다.

수적으로 늘어나니 눈에 띌 뿐이라는 이야기다. 사극 인기가 딱히 올라가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현재 방영 중인 사극들 중 지난해 방영된 ‘주몽’ 시청률 52.7%에 근접하는 것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정된 시장을 4편의 사극이 나눠 갖고 있어 집중도가 떨어지는 탓이다.


▲미래시장 방향성 제시한 케이블 사극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거창한 공중파 사극 열풍이 아니라, 그 틈바구니에서 ‘대세에 편승했다’고 보여진 케이블 사극의 작은 성과다.

케이블 사극의 인기는 시청자 집계의 문제점 탓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다. 어차피 케이블 드라마 시청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포진돼 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잔뜩 쪼개진 사극 시장 틈바구니에서 케이블이라는 마이너리티 요소를 안고 얻어낸 성과다. 따라서 케이블 사극의 성공요인이야말로 그대로 미래시장 방향성 제시로 받아들여봄직하다.

보이는 것과 달리, 케이블 사극은 사극 열풍 편승의 정반대편, 즉 사극 열풍으로 규정돼버려 주목받고 있는 현상을 이용한 측면이 강하다. ‘사극 열풍 가세’라는 타이틀로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진짜 의도는 사극의 익숙한 형식을 바탕에 깐 상태에서 안전하게 장르 드라마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시장 위협요소로 떠오른 ‘미드’의 주된 요인을 사극에 접목시켜 시장 탈환을 노린다는 것이다. 유지되는 안정 시장은 공중파에 넘겨주는 대신, 케이블은 빼앗겼던 시장을 되찾아 온다는 발상이다. 이것이 먹혀 들어갔다 봐야 한다.

방점은 ‘장르’ 또는 ‘미드’에 찍혀있지, ‘사극’에 찍혀 있지 않다.

대중문화 시장은 결코 퇴보하는 일이 없다. 복고열풍조차도 기본적으로는 상향적 변화의 추구 속에서 벌어진다.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가 일어났다 해서 이것이 대중문화 산업에 영향을 끼쳐 오랜 장르 인기를 확장시킨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대중문화 시장에의 이해부족을 의미한다.

이런 개념을 드라마 장르로 귀속시켜 생각해보자면, 현재 시장이 한국 드라마 시장에 요구하는 것은 끊임없이 드라마 장르 다양화다.

여기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시청률 집계가 어찌됐건 시대상황이 어찌됐건 간에, 이에 준하는 발상으로 나아가는 쪽이 미래시장 선점의 이득을 얻게 된다.

변화의 큰 맥락은 언제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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