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불법게임장'…중독된 시민들 피해막심

김영복 / / 기사승인 : 2010-04-20 14: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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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PC방. 건설업을 하고 있는 유 모씨(56)가 도박에 빠져 있었다.

유씨는 수년간 사우디 등 중동 건설현장에서 모은 돈 1억5000여만원을 6년 전에 모두 날려 버렸다. 그 당시 '바다이야기'라는 도박게임에 빠져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모두 탕진하게 된 것이다.

그는 이후로 "게임장에 다시는 출입하지 말아야지…"라며 수십 번을 다짐했다. 하지만 무서운 중독성 탓인지 여전히 불법사행성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씨는 단속을 나온 경찰에게 "불법 사행성게임장을 하루 빨리 없애달라"며 호소했다.

같은 달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청소년게임장. 중국동포 조모씨(46)가 불법사행성 게임을 하다 단속 나온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지난 1992년 국내에 입국해 15년간 일을 해 5000만원을 모았다.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힘들게 모은 돈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에 한 도박게임으로 한국에서의 생활이 180도 달라졌다.

조씨는 5000만원을 잃은 뒤 지금도 일주일에 2~3차례씩 게임장을 드나들고 있다. 본전 생각 때문이다. 게임장을 드나들면 들수록 조씨의 호주머니는 얇아지고 있었다.

조씨는 "게임장을 찾을 때마다 평균 100만원을 잃고 온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사라지지 않는 불법게임장으로 인해 게임에 중독된 시민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약 한달 동안 '불법 사행성게임장 특별단속'을 전개한 결과 불법 사행성게임장 223개소를 단속하고 648명을 검거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648명 중 8명은 구속됐고 581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59명은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게임기와 PC 8500여대와 현금 약 4억1000만원도 압수했다.

업종별 단속현황은 청소년게임장이 120개소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행성 PC방(59) ▲바다이야기(42) ▲게임제작업(2)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들이 사행성게임물에 중독될 경우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해 서민 경제가 침체되고 가정이 파괴되는 등의 사회적 폐해가 막심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한 중국교포(조선족)들도 서울 구로·금천구 일대의 불법 사행성게임장에서 중국으로 송금할 돈을 모두 탕진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다음달 14일까지 특별단속을 전개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근절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방침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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