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이 영화 꼭 봤으면…”

관리자 / / 기사승인 : 2011-01-25 17: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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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들…’ 내달 10일 개봉키로
미해결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 다뤄
박용우, 다큐멘터리 PD역할 맡아
처음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해 부담, 책임감 없이 시작했는데 접근하면 할수록 몰랐던 여러 진실을 알게 됐다.”
지난 11일 서울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영화 ‘아이들…’의 제작보고회서 박용우가 말했다.
영화 아이들…’은 1991년 대구에서 발생해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 미해결 상태로 끝난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실종된 초등학생 5명을 찾기 위해 수색동원인원만 군·경·민 합이 30만명을 넘는다. 수색기간만 10년 8개월이 흘렀으나 5명 중 돌아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화성연쇄 살인사건’과 ‘이형호군 유괴 살인사건’을 다뤘던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2003), ‘그 놈 목소리’(〃박진표·2007)에 이은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중 마지막을 기록할 영화다.
박용우는 아이들이 단순 실종이 아닌 범인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특종을 잡기 위해 뛰는 다큐멘터리 PD로 나온다. 그는 “사건 속에서 거의 가상 인물에 가깝다”며 “특별히 모델을 삼거나 연구한 적은 없다. 다만 술자리에서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를 만든 이충렬 감독을 만나보고 많은 조언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개구리소년 실종 사건에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영화적 감동, 따듯함을 느끼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책임감이 크구나 생각이 들었다”며 “생존해 계신 관계자분들에 누가 되지 않고 얄팍한 장삿속 영화로 남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예민하게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류승룡(41)은 극중 국립과학대학 심리학 교수다. 사라진 아이들이 애당초 산에 가지 않고 실종된 한 아이의 부모가 사고를 냈다는 가설로 범인을 지목하면서 사건을 추적한다. 그는 “공소시효라는 제도 때문에 잊혀져가고 있지만 아직도 유사한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이런 사건들이 잊혀서는 안 된다 생각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범인으로 의심받는 한 실종 아이의 부모는 성지루(43)와 김여진(37)이 맡았다. 사건 발생 날부터 한시도 사건에서 눈을 떼지 않은 형사로 아이들의 뒤를 쫓는 인물은 성동일(44)이다.
박용우는 “감독님은 심증의 범인을 시나리오에 넣었죠. 그 사람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있더라고요. 한편으로 저도 소름이 돋았고, 분노의 감정도 느꼈습니다.”라고 전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현실을 담기 쉽지 않다. 결과를 알고 있는 이야기는 흥미를 끌지 못하고, 결과가 없는 영화는 추측인 탓에 조심스레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배우 박용우가 영화 속 관련 사건을 취재, 특종을 노리는 다큐멘터리 PD를 맡아 현실 사건과 상상 속의 이야기를 버무려 관객들에게 전한다. 실제 사건을 깊이 알지 못했던 그는 극을 따라가다 눈 앞에 펼쳐진 사건을 파악해가면서 실제 사건에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많음을 알게 됐다.
박용우는 “출세욕을 위해 접근했다가 아이의 부모가 되는 등 점점 세월이 흐르면서 무엇이 소중한 지를 느끼는 것처럼, 사건을 접한 PD로서 점점 성숙해지죠. 피해자의 부모가 범인일 수 있다는 충격적 가설과 새롭게 나타난 범인의 추격과정 등 나중에는 치기어린 열정보다 부모의 마음을 가지고 추적하게 되는 과정이 담겼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아이들…’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에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해 부담, 책임감 없이 시작했는데 접근하면 할수록 몰랐던 여러 진실을 알게 됐고 막중한 책임감까지 느꼈다”고 고백했다. 타인의 삶을 살아 보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연기를 하면서 ‘책임감’까지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다.
부정(父情)을 통해 책임감에 대한 생각이 많이진 듯하다. “좌천됐다가 사건을 다시 추적하면서 아이를 보러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 복잡미묘한 감정이 뭘까’ 했어요. 스태프한테 물어도 다 다르더라고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할 수 있고, 부모라는 존재도 따로 있구나’를 느꼈어요.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아이가 없어졌다면 정말 뭔가 다 잃은 듯 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인지 연기에 대한 생각도 견고해졌다. “배우들은 처음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커피포트에서 물을 끓일 때처럼 바로 끓을 수 있는 열정으로 임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커피포트나 냄비, 가마솥에 끓이는 느낌이 다 다르잖아요. 예전에는 저도 열정이 커피포트에서처럼 펄펄 끓기를 바랐는데 지금은 장작불로 끓인 가마솥 물의 온기처럼 열정이 오래갔으면 해요. 이번 영화를 통해 그런 감정을 더 느꼈고요.”
이 영화는 이규만 감독(39)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며 “다시는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흉악한 범죄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고,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되며, 쉽게 잊혀서는 안 될 사건임을 짚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2월10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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