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과 구제역에서 촉발된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그칠줄 모르고 치솟던 외식비는 결국, 외환위기(IMF) 수준까지 상승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지난 12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9.8% 인상했다. 이에 따라 설탕을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하얀설탕 1㎏의 공장도 출고가를 이날부터 1309원(부가세 포함)에서 1436원으로 9.8% 올렸다. 또 15㎏은 1만6928원에서 1만8605원으로 9.9%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12월 평균 9.7%를 인상한지 3개월만이다.
제분업계 역시 국제 밀 가격 폭등으로 밀가루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1년 전보다 국제 밀가격이 40% 가량 올랐다”면서 “지난해 연말부터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아원 관계자도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물가 고공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제 유가 오름세라면 3월 물가 압력이 더 클 수밖에 없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인상 대기 상태인 공공요금도 부지기수다.
서울시는 10년간 동결해온 상수도 요금을 올해 하반기 이후 최고 17%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상 한파와 구제역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면서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은 2월 식료품 등 생활물가가 지난해 동월 대비 5.2% 올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체감은 수치를 뛰어넘는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삼겹살(100g)은 현재 1680원으로 950원이던 1년 전에 비해 76.8% 뛰었다. 고등어 1마리 가격도 1980원으로 1년 전보다 11.2% 올랐다.
배추, 무 등 채소류 상승세도 여전하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1만5000원까지 치솟았던 배추가격(소매가)은 다소 안정됐지만 1포기에 471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33% 올랐다. 대파(1㎏)는 4308원, 무(상품 1개)도 152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각각 50%, 26% 뛰었다.
물가상승세가 기름값과 각종 농산물을 넘어 외식비, 미장원 요금, 목욕탕비, 학원비 등 개인서비스요금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향후 물가상승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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