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버리니 되레 연기가 즐거워져요”

관리자 / / 기사승인 : 2011-06-12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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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모비딕’ 김민희
20대 여배우들 중에는 ‘연기파’라는 호평을 받을 정도로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 ‘스타성’까지 함께 갖춘 배우는 더욱 드물다.
대중의 이런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2년여의 공백을 깨고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여우가 돌아왔다. 김민희(29)다.

물론, 김민희도 스타성만 가진 ‘반쪽 배우’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 KBS 2TV를 통해 방송된 노희경(45) 작가의 ‘굿바이 솔로’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연기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드라마는 대중보다 마니아적 취향이 더 강했다. 즉, 연기에 대해 더 냉철한 시청자들이 김민희를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2년 뒤인 2008년에는 영화였다. 권칠인(51) 감독의 ‘뜨거운 것이 좋아’로 이번에는 영화 팬들에게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이름을 새겼다. 이 영화 관련 평점을 보면 “김민희의 신들린 연기가 영화를 살렸다”고 적혀 있을 정도다.

이처럼 연기력이 일취월장한 것과 달리 김민희는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다. 드라마는 KBS 2TV ‘연애결혼’(2008), 영화는 이재용(46) 감독의 ‘여배우들’(2009) 이후로 만날 수 없었다. 오히려 패션지 화보 속에서 더 많이 보게 됐다. ‘패셔니스타’라는 이름으로.

“일부러 쉰 것은 아니고 인연이 안 닿았던 거죠. 출연 제안은 꾸준히 있었는데 제가 선택한 작품들이 잇따라 제작이 무산된 거에요. 작품을 안 하는 동안은 연기하고 싶고, 초조하고 걱정도 되죠. 그렇다고 아무 작품이나 선택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쉬는 동안은 편하게 지내려고 했지요. 다 내려 놓고 정말 잘 쉬었어요.”

오랜 기다림 끝에 김민희가 들고 온 새 작품이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음모론’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모비딕’(감독 박인제·제작 쇼박스㈜미디어플렉스 ㈜팔레트픽쳐스·제공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이다. 이 영화는 1994년 11월20일 서울 근처 발암교에서 일어난 의문의 폭발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는 기자들과 내부 고발자의 사투를 그렸다.

9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김민희는 뜨거운 가슴만큼이나 차가운 머리를 가진 공대 출신 사회부 새내기여기자 ‘성효관’으로 나와 기존 여기자의 정형화된 틀을 깨는 도전을 한다. ‘김민희표 여기자’의 압권은 성효관이 모비딕 본부에 잠입했을 때다. 김민희는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술 취한 여대생으로 가장한 성효관이 남자들 앞에서 소변을 보는 척 치마를 걷어 올리는 남사스러운 모습을 능청스럽고 맛깔스럽게 해냈다.

“공대를 나온 사회부 여기자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어요”라면서 “멋있고 기자스러운 여자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죠. 시니컬하다든지, 엉뚱하다든지요.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지겨워 할 여기자의 딱딱하고 정확한 느낌을 벗어나려고 했어요”라고 성효관을 표현할 때의 신경썼던 것들을 소개한다.

김민희가 직접 본 ‘모비딕’은 어떨까? “대만족”이다. “굿바이 솔로’나 ‘뜨거운 것이 좋아’만큼 제게 또 다른 터닝포인트가 돼줄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에요”라고 자신할 정도다.

그런 자신감은 함께 ‘모비딕’을 채운 걸출한 배우들을 신뢰하면서 비롯됐다.

“황정민, 김상호 선배, 진구씨가 캐스팅돼 있었어요. 그 분들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죠. 제가 성효관을 맡으면 꽉 찬 느낌이 나겠다, 풍성한 느낌이 들겠다. 내가 들어가면 좋은 조합이겠다, 그런 생각을 했고 역시 제 생각이 맞았어요. 재미있고, 꽉 차고, 풍성했어요. 보시면 다들 느끼실 거에요.”

“처음 시나리오가 왔을 때 저는 이미 다른 작품을 의논하고 있어서 감히 볼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그 작품을 안 하게 됐는데 그때 다시 이 작품이 들어온 거에요. 생소한 내용이 한국 영화 스타일이 아니었고 흥미로웠어요. 당연히 오케이했죠. 나중에 들으니 감독님이 작품을 쓸 때부터 성효관은 김민희라고 생각하셨다는 거에요. 너무 고맙고, 기분이 좋았어요. 연출자가 배우를 생각하고 글을 썼다는 것은 엄청난 애정이니까요. 타이밍이 안 맞았으면 놓쳐버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다행이었고, 그만큼 더 열심히 찍었어요.”

이 영화는 음모론을 머리에 내세우고 있다. 만져도 만져도 실체를 알 수 없는거대한 존재를 모비딕이라는 고래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만큼 무겁고 어두울 수 있다. 김민희는 그런 영화에서 유일한 빛이 돼주고 있다. 이럴 때는 김민희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패셔니스타라는 사실이 큰 힘이다. 극중 김민희는 계절 배경이 초겨울인 것을 감안해 스웨터, 카디건, 코트 등으로 멋을 부리지 않은듯 하면서도 역시나 스타일리시한 매력을 풍긴다.

“작품 속 캐릭터의 특성을 의상으로 표현해야 하죠. 그래서 현실과는 다를 수가 있어요. 사실 사회부 여기자는 보통 찢어진 청바지, 점퍼를 입는다지만 현실과는 다르게 입기로 했어요. 성효관은 열정이 많은 신입기자니 신문사에 있을 때는 격식을 갖추고 포멀한 느낌을 내야 한다는 것에 포인트를 맞췄죠”라면서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랐지만 영화 나온 것을 보니 성효관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보시는 사회부 기자님들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야 하는데….”

1997년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깜찍한 외모로 패션지를 도배하다시피 하다가 1999년 KBS 2TV 청소년 드라마 ‘학교2’를 통해 본격 데뷔했다.

“처음에는 제가 많이 부족했을 것이고, 당연히 힘든 것도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하나 둘 작품 수가 늘어나고, 쫓아가기 바빴던 제가 일을 즐기게 되고, 자부심도 느끼고, 잘 해야겠다는 각오도 하게 되고…. 그러는 동안 제 연기도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잘 안 되는 것은 하고 싶다는 욕심만 부려서 되는 것 아니고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조금씩 노력하면 어느 새 될 수 있는 거죠”라면서 “지금도 더 큰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보다 꾸준히 조금씩 나아가서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고, 발전하고 싶고, 사람들한테 좋은 배우로 남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털어놓는다.

김민희가 2년을 떠나 있어도, 3년을 떠나 있어도 대중이 그녀를 잊지 않고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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