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다.”
100억원대 대작 ‘고지전’(감독 장훈·제작 티피에스컴퍼니·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의 시나리오를 쓴 작가 박상연(39)씨가 극 초반 ‘강은표 중위’(신하균)가 내뱉은 “친일파도 척결하지 못해놓고…”라는 대사가 친일파 출신으로 알려진 6·25 당시 군 고위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일축했다.
방첩대 소속인 강은표는 휴전 협상장에서 상관 ‘최 대령’(최정우)이 “휴전 후 부역자들을 모조리 처벌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 중에는 적의 총이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부역을 하게 된 사람도 있다”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그러자 최 대령은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반론을 펴면서 “그렇다면 친일파부터 척결했어야 한다”는 당시로서는 위험한 발언을 한다.
하필 그 말을 휴전 협상에 참석하고 나오던 국군 수뇌부는 물론 북괴군 장성들까지 듣게 되면서 처벌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그를 아끼던 최 대령의 배려로 동부전선 애록고지의 북괴군 내통자 색출 임무를 수행하러 전장으로 가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당시 사료에 따르면 국군에는 일본군, 만주군 등에서 장교로 일한 친일파 출신들과 광복군 출신 등 독립운동가들이 섞여 있었다. 이 중 휴전 협상에 국군을 대표해 참여한 P모 장성의 경우 6·25 전쟁영웅이었으나 일제시대에는 일본의 조종을 받는 만주국 간도 특설대 장교로 독립군, 중국 공산당의 팔로군 등 항일 무장세력 소탕에 앞장섰다는 의혹이 제기돼 최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 작가는 “남북 모두 휴전 협상이 너무 오래 걸리게 되면서 전쟁에 너무 지치고, 염증을 갖고 있는 인물이 전장에 배치되는 것으로 설정해야 했다”며 “강은표가 방첩대 장교지만 서울을 수복한 뒤 공산당 부역자들을 숙청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지쳐버린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대사를 하게 됐다”고 ‘친일파’ 대사가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고지전’은 휴전협상이 한창이던 1953년 2월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를 둘러싼 국군와 북괴군의 일진일퇴 치열한 공방과 그 사이에서 움트는 인간애와 전쟁의 비극을 그린다.
지난해 ‘의형제’로 550만명 흥행 신화를 쓴 장훈 감독,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자, 드라마 ‘히트’ ‘선덕여왕’ ‘로열패밀리’ 등에 참여한 박상연 작가, 신하균 고수 등 흥행성과 연기 모두 검증된 배우 등의 캐스팅으로 주목받고 있다. 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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