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AP/뉴시스】시리아 내전의 여파가 레바논으로 밀려와 레바논은 가두에서 종파 간 격돌이 벌어지고 폭력적인 대중집회가 열리는 등 베이루트의 전반적인 정치를 마비 상태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런 갈등의 이면에는 레바논이 시리아의 오랜 지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적인 것은 지난 8월초 레바논의 전직 공보부 장관이자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확고한 지지자였던 미첼 사마하가 체포된 사건이다.
최근의 시리아 사태로 레바논은 심한 불안정에 빠졌다. 레바논은 이미 15년이나 내전을 겪은 데다 그 내부에도 친시리아와 반시리아 세력이 극명하게 갈라져 있고 이들은 모두 무장한 상태다.
이런 불안정을 틈타 북부의 수니파 전사들은 시리아의 반정부 세력에 물자를 보급하고 있다.
최근 들어 2일 간 친아사드와 반아사드 세력이 충돌해 6명이 죽고 7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레바논 북부 도시 트리폴리에서는 심각한 충돌은 사라졌으나 22일에도 간헐적인 무력충돌이 벌어졌다.
레바논보다 영토가 17배나 크고 인구가 4배나 많은 시리아는 레바논에서 많은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레바논 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헤즈볼라로 이들은 이란의 지지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던 것이 2005년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당하자 그 배후로 지목된 시리아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으며 군대를 철수함으로써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물론 그 뒤에도 레바논에서 반 시리아 인사들에 대한 암살은 꾸준히 일어났고 반 시리아 세력들은 아사드가 정부 내의 친 시리아 세력을 통해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던 상황에서 지난 9일 미첼 사마하의 체포는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는 레바논에서 시리아의 가장 충실한 지지자로써 아사드의 비공식적인 미디어 고문으로 활략해 왔다.
그런 미첼이 그의 하계 산장에서 새벽에 들이닥친 특무경찰대에게 끌려갔다. 그러고 나서 곧 그가 시리아에서 레바논으로 돌아올 때 차에 폭약을 싣고 왔으며 그것은 레바논 정부의 반시리아 인사들을 살해하기 위해서였다고 자백했다는 등 여러가지 폭로 사실이 튀어 나왔다.
그 이틀 후에 군사법원은 그가 시리아의 알리 맘루크 준장과 공모해 레바논에서 테러 활동을 하려 했다고 기소했다.
많은 레바논 국민들이 이에 놀랐다. 지난 수십 년 간 레바논에서는 정치적 암살이 수없이 벌어졌지만 제대로 수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었다. 살인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시리아가 비난을 받았으나 딱히 범인으로 밝혀진 적은 없었다.
헤즈볼라를 위시해 레바논에서 시리아를 지지하는 세력들은 사마하의 체포 후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의 범행 증거가 확실함을 시사했다.
런던의 유라시아 그룹의 중동분석가 아이함 카멜은 "레바논이 시리아와의 동맹관계에서 이탈하려 한다고 생각된다. 시리아 정권이 극심한 압력을 받게 됨에 따라 레바논 내의 시리아 지지 세력들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사태를 두고 미첼 술레이만 레바논 대통령이 보인 반응도 그렇다.
그는 전례없이 과감한 어조로 아사드에게 경위를 해명하도록 요구하는 한편 "어느 외국과의 관계가 레바논에 해가 된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끝내야 한다. 그 관계가 레바논에게 유리하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복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딱히 국명을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분명 시리아를 지칭한 것으로 이 발표는 레바논에서 크게 보도됐다.
분석가들은 술레이만이 시리아의 위기를 틈타 레바논의 독립적 위치를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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