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민·관 합동 자살예방 온힘

김한나 / khn@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3-10-28 13: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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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보듬어 아픈 마음을 치유… '생명지킴 운동' 확산
▲ 영등포구는 지난 7월19일 구청에서 영등포경찰서, 소방서 등 지역내 유관기관 23개와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시민일보]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0대 사망자 가운데 자살비율이 2000년 7%에서 2011년 10.7%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청소년 자살 충동 이유에 대해서는 성적·진학 문제로 인한 비중이 39.2%를 차지했다.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는 질풍노도의 시기로 인해 학업·친구 문제 등으로 우울증이나 자살충동을 느꼈던 청소년들을 보호하고자 자살예방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우울증·자살 예방교육을 실시하며, 병원·교육청·경찰서·소방서·복지관 등 민·관의 협력체계를 구축,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구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홀몸노인 등 취약지역의 자살위험군에 대해서도 자살예방 안전망을 구축해 생명존중 사회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힐링캠프 상담실, 주민들의 마음 보듬다

구는 정신적·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방문해 지친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도록 지난 5월부터 ‘힐링캠프 상담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우울·자살 등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사회병리적 현상이 증가하고 있으나 정신과 치료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이를 방치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


'힐링캠프 상담실'은 이러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자녀·부부문제 등으로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편안한 장소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주고자 마련된 곳이다.


영등포구 보건소 5층에 자리잡은 상담실은 면적 38㎡ 규모에 2개의 상담실과 사무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상심리 전문가와 정신보건 사회복지사가 한 명씩의 배치됐다.


이곳에서는 불안·강박·대인기피 등 심리정서 문제, 인터넷 중독·학교 부적응 등 청소년 문제, 이혼·자녀 갈등 등 가족 문제와 생활 전반에 걸친 갈등이나 고민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다.


성격특성·심리상태 등 초기상담 및 심리평가를 통해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상담을 받는다.


또한 상담 후 정신문제가 심각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연계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


한편 구에서는 숨어있는 정신건강 취약계층을 찾아내고자 정신건강지킴이를 양성해 대상자들을 발굴하고 있으며,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정신건강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힐링캠프를 통해 정신문제에 대한 편견의 장벽 없이 올바른 정신건강 문화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힐링캠프 상담실'은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운영되며, 상담받기 전에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상담실은 개원한 이래 지난 6월말 상담 건수가 180건에 달했으며, 현재 50명이 지속적으로 상담실을 방문하고 있다.


상담실에서는 내원자에 대해 필요한 경우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매주 수요일에는 사무공간에서 벗어나 지역내 이곳저곳으로 나가 이동상담 및 정신건강 교육을 운영한다.


현재 주기적으로 상담실을 방문하고 있는 A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데 사실 가족에게도 털어놓기 힘들고 특별히 토로할 만한 데가 없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영등포구 소식지를 통해 이곳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힐링캠프 상담실 전성규 임상심리전문가는 “우울증이나 불안감 등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충동적 범죄나 자살률 급증 등 사회병리적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전하며 “도움이 필요한 구민들 모두 부담 없이 상담실을 방문해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자살 예방을 위해 민·관이 뭉쳤다


구는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 7월19일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지역내 공공기관 및 단체와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0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2.8명이나, 우리는 33.5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내 자살률은 2011년 1만5906명으로 이는 하루 평균 43.6명, 또는 15분에 한 명씩 자살하는 것과 동일하다.


구는 이렇듯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자살을 예방하고자 영등포 경찰서·영등포 소방서·남부교육지원청 등 3개 공공기관과 여의도성모병원·강남성심병원·보라매병원 등 7개 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해 의약단체·종교단체·사회복지협의회·복지관 등 총 23개 기관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협약 내용은 ▲자살시도자 응급출동시 영등포구 정신건강증진센터로 대상자 의뢰 및 동행 출동 ▲자살시도자 생명 안전과 구에 사례 의뢰 및 협력 대응 ▲각 기관 직원의 자살시도자 및 자살고위험군 대처 및 자살예방지킴이 교육 지원 ▲ 유족의 심리사회적 회복과 2차피해 예방 등이다.


조길형 구청장은 “지역내 다양한 기관, 단체와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생명존중 문화가 조성되고 지역 안전망이 강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구 차원에서도 구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힐링캠프 상담실’을 더욱 활성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내 이웃은 내가 지킨다


구는 지역주민들의 화합으로 자살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9월부터 ‘지화자 생명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구는 자살예방지킴이 교육 이수자·통장·동 주민센터 직원·복지관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지화자 생명 지킴이’를 통해 취약계층들의 자살위험에 대한 징후를 발견하면 전문기관에 의뢰할 수 있도록 자살예방 안전망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영등포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비교적 의료 취약인구가 많은 7개동을 중심으로 생명지킴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킴이들의 역할, 민·관기관간 사회 안전망 네트워크 구축에 관한 토의가 이뤄졌다.


영등포동에 거주하는 박순희씨(65)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자살하는 사람이 이해가 안됐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인데 마음 잡기가 그렇게 힘든가 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보니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이러다 진짜 죽지 싶어 밖으로 뛰쳐 나와 자살예방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고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영등포구 노인상담센터 김정옥 팀장은 “가족들과 같이 사는 노인이어도 낮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울적해 상담을 요청해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노인들을 상담하면서 자살위험의 징후가 보이면 전문센터로 바로 연계하고 고위험군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생명지킴이들은 동별로 그룹을 나눠 동아리 형식으로 활동하게 되며 복지소외 계층과 주민들을 돌보고 자살예방 실천 방안을 시행하게 된다.


구는 자살문제에 대해 '생생하게 포착하기' '명확하게 물어보기' '존중하는 태도로 들어주기' '중요한 사항을 전달해주기'로 '생명존중' 사상을 널리 실천해 나갈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우리가 주변 이웃들을 한 번만 더 돌아보고 따뜻한 말 한마디면 자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생명지킴이를 중심으로 자살예방 홍보에 힘쓰고 자살 없는 행복한 영등포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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