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검거 실패' 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표 전격 제출

문찬식 기자 / mc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4-07-24 18: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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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 억울함 풀어달라" [시민일보=문찬식 기자]"유병언 회장을 살아있는 상태에서 체포해 법정에서 응분의 책임을 지워야 하는데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하다"

대검찰청에 사표를 제출한 최재경 인천지검장은 24일 인천지검 기자실을 방문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실패에 대해 이같이 사과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통감한다. 앞으로 죄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찾아내 조속히 체포해야하는 일들이 남았다"며 "모든 책임을 제가 지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최 지검장이 김회종 제2차장검사을 비롯해 정순신 특수부장, 주영환 외사부장 등 수사 핵심 간부들의 사표 제출을 반려한 것에 대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최 지검장은 "새로운 후임 지검장과 팀장, 검사들이 사심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 좋은 결과를 낼 것이고 그 결과를 지켜보면 아실 것"이라며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사를 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못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며 "남모르게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속성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검사로 시작해서 검사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되는 복을 받았다. 검찰 조직에 감사하다"며 공직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앞서 최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검찰을 떠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사퇴하는 심경을 밝혔다.

최 지검장은 이 글에서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라며 "저의 업과 부덕이 검찰에 부담을 더한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힘든 시기에 혼자 피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수사팀 검사·수사관들과 그분들의 가족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김회종 팀장 이하 윤재필·정순신·주영환 부장과 12명의 검사, 많은 수사관들이 두달 넘게 전국 곳곳을 전전하며 고생했다. 그간의 적지 않은 성과는 오로지 이들의 땀과 헌신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검찰은 저력이 있는 조직이고, 여러분의 의지와 능력은 어떤 위기라도 극복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심기일전해서 도망간 범죄자들을 조속히 검거하고 책임재산을 최대한 확보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데 매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고 당부했다.

특히 최 지검장은 주변에서 사퇴를 만류하는 것을 의식하듯 "세상에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고, 아쉬운 일을 생각할수록 미련만 더한 법"이라며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낀다"고 미련을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저는 복 받은 검사였다"며 "때로는 힘든 일도 겪었고, 억울하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심중의 '정정당당' 네 글자로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큰 부끄러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산청 출신인 최 지검장은 대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해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검 중수1과장, 서울중앙 특수1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 3차장, 대검 중수부장을 거친 검찰내 특수통이다.

특히 그는 대검 중수부장이던 2012년 중수부 폐지 문제로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과 대립하는 등 이른바 '검란'의 중심에 있다가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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