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은 ‘식물 국회법’이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8-13 13: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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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회선진화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세월호특별법은 물론) 대통령이 처리 요청한 19개 법안도 선진화법에 따라 재적의원 60%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라며 “야당 동의 없이 물리적으로 처리가 어렵다”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한 국회 운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앞서 그는 전날에도 선진화법에 대해 “야당이 반대하고 협의하고 합의해주지 않으면 단 1건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국회선진화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체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국회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인가.

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이나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2년 제정됐다. 물론 그 동기는 좋았다.

하지만 소수당이 주요 쟁점 법안 처리와 함께 민생법안을 인질로 삼으면서 악용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선진화법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의 5분의 3(180명) 이상이 동의해야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결국 야당의 동의 없이는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회가 정쟁 속에서 본연의 임무인 입법 기능을 상실할 경우 경제 파탄시 모든 국민의 분노는 정치권으로 향할 것이고 정치권은 국민과 국가의 역적이 될 것"이라며 "여야가 함께 세월호법은 세월호법대로 민생경제 법안은 민생경제 법안대로 분리 처리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며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각종 민생법안을 세월호특별법 처리와 묶어서 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즉 세월호특별법이 재협상되지 않으면 그 어떤 다른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발목잡기가 가능한 것은 바로 선진화법이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선진화법을 ‘식물국회법’이라거나 ‘국회마비법’이라고 부르겠는가.

선거가 민의(民意) 표출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대통령과 과반의석을 확보한 여당, 즉 민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부와 여당이 소수정당인 야당 에 발목잡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제도다.

이런 법안은 마땅히 개정돼야만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치권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역시 선진화법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실제 선진화법을 개정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2 동의, 즉 18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여당 의석은 비록 거대 집권당이라고는 하지만 의석은 158석으로 22석이나 부족하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을 생명으로 한다. 민의가 최대한 반영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진화법은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반(反)민주 악법(惡法)’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국민의 힘으로 이를 개정하도록 압박하면 된다.

실제 ‘법률상 위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 과반수의석을 가진 정당이 제출한 법안이라고 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적은 의석의 정당이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든 법안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회가 날치기와 몸싸움이라는 야만적 후진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회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따른 문제이지, 이를 법제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박찬종 변호사가 “OECD 가입국 중에 이런 식으로 국회에 제동을 거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질책했겠는가.

그런데도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그것은 대단히 잘 못된 일이다.

여당 지도부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마땅히 개정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야당은 그에 동의해 주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끝까지 선진화법 개정을 거부할 경우 차기 총선은 7.30 재보궐선거보다 더 가혹한 선거가 될지도 모른다. 그게 민심(民心)이자 천심(天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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