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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하면서 여야 모두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어렵사리 특별법 재합의안을 도출해냈지만 세월호 유가족과 야당 내 일부 강경파들의 반대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실 당초 여야의 재협상 결과 도출된 합의안은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검사추천위원회의 여당 추천위원 몫에 대해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얻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친여 성향의 특검이 임명될 가능성은 희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단원고 학생 유족들이 재합의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하자 야당 내 강경파들이 동조하면서 재재합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여론의 직격탄을 받은 쪽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재합의를 깨고 재재합의를 요구하고 나선 새정치민주연합 쪽이다.
야당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절충하지 못한 새누리당보다도 두 번이나 협상을 번복한 새정치민주연합에 민심이 더 싸늘하다는 뜻이다.
실제 여야가 최초로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지난달 16일 전후 기준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만 하락세가 뚜렷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14~18일 실시된 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43.1%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28.2%였다. 그러나 여야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지난 한달간 새누리당 지지율은 0.1%포인트만 하락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 하락폭은 무려 5.7%포인트나 폭락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 격차가 한달 전 14.9%포인트에서 20.5%포인트로 더 커진 것이다. 즉 새정치민주연합이 7ㆍ30 재ㆍ보궐 선거에서 완패했을 당시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 지지율이 세월호 재협상안 번복으로 빈사상태에 이를 만큼 크게 빠져 버린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만든 것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문재인 의원 등 강경파들이다.
최근 리얼미터 최근 조사에서 여야 재협상안 대로 처리해야 한다(45.8%)는 의견이 유가족 뜻대로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38.2%)는 의견을 압도(7.6% 포인트 차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세월호 피로감이 갈수록 증가하는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 강경파들은 이같은 민심을 외면한 채 재재협상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는 등 사실상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당을 수습하기는커녕 재합의안을 거부하고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정청래 의원도 동조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심지어 강경파들은 협상 당사자인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노골화 하고 있다.
실제 문희상·원혜영·박병석 등 8명의 중진 의원들은 지난 22일 모임을 열고,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라는 요구를 박영선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아마도 협상 주자를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재재협상’을 하려는 고육책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를 거부했고, 이에 당내 초·재선 강경파 의원들은 차체에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은 물론 원내대표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자 이들의 압력을 못이긴 박영선 원내대표도 대통령과 여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엔 여야와 유가족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사실상의 재재협상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말았다.
그러나 이는 유족을 설득하지 못한 무능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기려는, 일종의 물타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3자 협의에 의한 입법’은 이해당사자가 법을 만드는데 직접 참여하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뿐만 아니라, 입법의 주체인 국회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는 점이다. 국민이 새정치연합에 등을 돌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사실상 ‘빈사상태’에 빠진 새정치연합이 회생불능의 ‘뇌사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는 스스로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유가족들에는 이제는 냉정을 찾아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라는 것은 피해자 자력구제 금지라는 형사법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또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요구대로 법을 만들라고 국회에 요구해 달라고 촉구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위반’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들의 아픔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초법적 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결과가 최근 유가족들의 뜻에 무조건 따라가는 새정치연합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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