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세월호와 동반침몰 하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8-29 16: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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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당시 세월호에는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을 비롯해 총 476명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294명이 사망했고 10명은 8월 29일 현재까지도 실종상태다.

대체 그런 참담한 사고는 왜 발생한 것이며, 그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 것일까?

이런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다.

이런 특별법에 제정에 대해서는 박근혜 대통령도 약속했고, 국민 역시 동의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뉴스를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던 국민들은 줄곧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실제 일부 네티즌들이 “그동안 충분히 아파했다. 우리에게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으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여야 재합의안 마저 깨지자 인터넷에는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글들이 잇따르기 시작한 것이다. 혹시 유가족들이 보상이나 배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여야 합의안을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아직은 언론인이나 공인(公人)이 공적으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정당 지지율이 폭락하는가하면, 당내에서 온건파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민심은 ‘노’라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여전히 세월호특별법 문제가 매듭이 지어져야 다른 법안도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월 말이나 10월초에 국회가 열린다고 해도 다른 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지 미지수다.

우선 19대 국회 후반기에 구성된 전체 16개 상임위원회 중 정부여당에서 강력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안의 주무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와 정무위를 포함해 6개 상임위가 아직 법안소위 구성도 못했다. 법안소위 복수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법안들도 많다.

세월호 후속 법안인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유병언법'(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안),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은 여야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다.

또 유병언법은 지난달 8일 법제사법위 제1소위에 상정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다. 당초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여야가 '관피아 척결'을 내세워 강조한 김영란법은 각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와 정무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 등 세월호법에만 집중하다보니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 분명한 ‘경고카드’를 내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새정치연합의 원내외 병행투쟁에 관한 견해를 묻자 응답자 중 59%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16%는 의견표명을 유보했다. 반면 '야당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란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그에 따른 결과는 정당지지율로 나타났다. 실제 새누리당 44%, 새정치민주연합 21%, 정의당 4%, 통합진보당 3%, 없음·의견유보 28%였다. 제1야당의 지지율이 여당의 ‘반 토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새정치연합 창당 이후 최저치다. 아래서는 안 된다. 제1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지나는 게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필자가 최근 새정치연합 중도온건파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용기 있는 반대 목소리’를 주문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강경파의 위세에 눌렸던 당내 온건파들이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몽니’를 부린다면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디 새정치연합이 세월호와 동반 침몰하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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