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불체포특권 이대로 좋은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9-04 13: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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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금배지가 아니라 똥배지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무슨 필요 있나. 차라리 국회를 해산시켜라.”

이는 필자가 지난 3일 오후 지인들과 만나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당시 누군가가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에 “국민 혈압 올리는 제 식구 감싸기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이같이 비아냥거렸고, 대부분 그의 말에 공감을 표시했다.

송 의원은 주식회사 AVT의 납품 등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1번에 걸쳐 6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으로 인해 회기 중에는 사법부가 구속수사를 할 수 없다. 회기 중에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국회의원을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국회 본회의 표결에 참석해 참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지난 3일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에는 223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국회 재적의원이 300명이기 때문에 과반수(151명) 참석 요건은 충족시킨 셈이다. 223명이 표결에 참여했으니 과반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최소 112표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223표 중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되고 말았다.

찬성표가 고작 73표에 불과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과반에 무려 39표나 모자란 것이다. 즉 표를 던진 의원 3명 중 1명만 찬성표를 던졌다는 얘기다.

그러자 야당에서는 여당을 향해 ‘방탄국회’ 운운하며 맹비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4일 트위터에서 "송광호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방탄국회를 비난하던 새누리당이 방탄국회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상희 의원도 새누리당을 겨냥, "이렇게 오만하고 뻔뻔할 수가 있을까"라며 "제 식구 지키기에는 주저함이 없고 국민의 지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새누리당은 방탄국회 하지 않겠다더니 오히려 국회 열어 방탄조끼 입혀주고 관피아 근절 적폐 척결 지엄하신 대통령 말씀은 어디로 갔느냐"고 따졌다.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는 비난 받아 마당하다.

하지만 사실 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당시 새누리당은 136명의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96명이 표결에 참석했다. 이 밖에 비교섭단체인 통합진보당·정의당·무소속 의원을 합쳐 6명이 출석했다.

따라서 136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송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14명의 야당 의원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찍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새누리당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있다면 야당 이탈표는 그 보다 더 많을 것이다. 대략 잡아도 20여명은 이탈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여야 국회의원 모두가 낯 뜨거운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해 뭉쳤다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더더욱 할 말이 없을 것이다.

4일 열린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으나 사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관훈 토론에서 “불체포특권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법이 바뀌기 전이라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또 최근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들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조직적인 표몰이로 부결되는 것을 사실상 방치함으로서 그의 이런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실제 김 대표는 송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자유투표’로 결정하도록 방치했다.

김 대표도 바보가 아닌 이상 과반의석을 점유한 여당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자유투표’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곧 ‘부결’이라는 점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과거 전례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따라서 자유투표 결정은 사실상 부결을 유도한 것으로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것이다.

설사 김 대표 자신은 채포동의안 부결에 동조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리 혐의 의원 구하기’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이 행정부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까지 차단하는 ‘특권 방패’로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불체포특권은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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