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실험,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9-11 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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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서울 송파구 잠실의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프리오픈’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임시개장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에 지난 6일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제2롯데월드 현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오는 16일까지 진행된다.

대체 서울시가 이 시점에 ‘프리오픈’이라는 그 이름도 아주 생소한 제도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서울시는 시민들이 제2롯데월드의 안전, 교통 등에 강한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개장 전 시민들에게 직접 안전 점검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약 프리오픈 기간 동안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임시개장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이, 그것도 외관이 화려하게 지어진 시설을 견학하는 정도로 안전상 문제점을 발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서울시가 안전 의혹을 받고 있는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프리오픈’이 서울시의 취지와 달리 롯데의 사전 홍보에 그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프로그램 자체도 그렇게 짜여 있다.

우선 투어의 시작은 홍보관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약 20분가량 상영된다.

바람과 지진에도 끄떡없고 싱크홀 발생 가능성도 없다는 내용이었다. 투어를 시작도 하기 전에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선입견을 심어 주는 셈이다.

그 이후에도 시민들은 개별적인 행동을 할 수가 없다.

롯데가 정한 동선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해야만 하며, 비상대피 할 때 사용하는 계단ㆍ엘리베이터에는 아예 접근할 수조차 없다고 한다. 매장 곳곳에 경비회사 직원들이 배치돼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들은 롯데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고 돌아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다수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롯데 직원의 안내로 백화점, 쇼핑몰, 영화관, 마트, 수족관, 종합방재실 등을 둘러보는 게 전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제한된 상황에서, 그것도 전문성이 없는 시민들이 안전상 문제점을 발견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안전이나 교통에 대한 정보는 얻은 게 없고, 무엇이 입점하는지만 제대로 알게 됐다.”

“교통 문제에 대해 주차장을 예약제로 운영할 것이라는 점 말고는 알려 주는 게 없다.”

“쇼핑몰 홍보인지 안전ㆍ교통 점검인지 모르겠다.”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을 우리가 건물 내부를 지나가면서 본다고 알 수 있겠느냐. 서울시가 책임져야 할 일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

“석촌호수 물빠짐이 싱크홀과 연관이 없다는 구체적 증거나 자료 없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튼튼하게 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외형은 반듯하게 잘 지어놨지만 이게 정말 안전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는지 걱정이다.”

결국 서울시는 이런 비판여론에 밀려 11일 급하게 새로운 대책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날 “프리오픈과 별도로 유관 기관 및 관계 전문가, 공무원이 참여하는 훈련 및 점검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다음주부터 추가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실시하는 주요 안전 점검 사항은 ▲석촌호수 주변 안전상태 점검 ▲교통수요관리계획 등 교통상황 점검 ▲초고층 타워동 공사장 안전관리 점검 ▲민ㆍ관 합동 종합방재훈련 등이다.

비록 뒤늦게나마 새로운 대책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지만, 이런 서울시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다분히 ‘면피용’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프리오픈과 함께 진행되는 추가점검은 이미 프리오픈 이전부터 시가 진행했던 안전ㆍ방재 점검과 달라진 것이 없는데다 시민여론을 수렴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어쩌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프리오픈’이라는 생소한 제도로 국민의 안전을 실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토록 외관이 화려했던 세월호가 어이없게 침몰했던 아픈 기억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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