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키즈’, 권오중 기동민 김형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09-29 13: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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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들, 이른바 ‘박원순 키즈’들이 서울시립대학교에 초빙교수로 임용됐다는 소식이다.

물론 박 시장의 측근이라고 해서 초빙교수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능력이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상당한 연구 성과를 올리기만 한다면, 국민들도 그 정도는 눈감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립대의 초빙교수 제도가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이후 당초 취지와 달리 ‘보은 인사’ 자리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 현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모두 15명인데 이 가운데 권오중(전 서울시 정무수석), 기동민(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형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상범(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 김병하(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 최동윤(전 서울시 경제진흥실장) 씨 등 무려 8명이 박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 정무·고위직 출신 인사로 채워져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별다른 역할이 없는데도 석좌교수 대우를 받으며 무려 월 500만원 상당의 급여를 꼬박꼬박 받고 있다.

원래 시립대 초빙교수는 서울시에 수십년간 근무하면서 업무 능력이 탁월하고 공로가 인정되는 공무원이 퇴직 후 행정 경험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기동민, 김형주 전 부시장은 물론 권오중 전 정무수석의 경우 모두 행정경험과는 거리가 있는 정무직 출신들이다. 그것을 억지로 ‘행정 경험’이라고 치더라도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5급 사무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능력 미달’이라는 말이다.

이들은 사실상 정치인으로, 경력이나 학위만 봐도 ‘초빙교수’로 임용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게 중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임용할 때 정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월 200만원 상당의 장려금이 나오는데, 이들은 전문성과 경력이 부족한 탓에 정부 장려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립대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대학생들의 등록금만 축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시립대 초빙교수로 임용된 김형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지난달 21일, 서울메트로 관련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1년, 벌금 3000만원, 추징 1,500여만 원을 실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시립대측은 현재도 매달 김 전 부시장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물론 이들 정무직 3인방은 박원순 시장에게 있어서는 끝까지 보살펴 주고 싶은 더 없는 ‘충성 맨’일 것이다.

실제 구속된 김형주 전 정부부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아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박 시장이 당선된 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권오중 전 정무수석과 기동민 전 부시장은 6.4 지방선 당시 사표를 내고 박원순 캠프에 합류해 그의 재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따라서 박 시장은 그들에게 어떤 현태로든 보답을 하고 싶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보답을 하는 거야 상관없지만 자신의 공적지위를 이용해 이런 식으로 보은인사 하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사실 박 시장이 이런 식의 황당한 인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당시 박원순 선거대책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오성규씨는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되었고, 선거대책본부에서 대책본부총괄본부장을 지낸 서재경 씨는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벼락출세했다.

그래서 서울시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출세하려면 박원순 선거운동원이 되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9일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박 시장이 벌써부터 야권 차기 1위 주자로서 대선 준비를 위해 서울시립대를 자신의 인력 관리 합숙소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면서 "만약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개인의 목적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겠는가.

물론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9월 4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박 시장은 여전히 차기대선 주자 지지율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실제 지난 22~26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결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박원순 시장은 19.3%로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이런 뒷모습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 그 결과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게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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