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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세 3인방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모처럼 대화국면으로 전환했다.
사실 북측 대표단 도착에서 출발까지 걸린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그러나 비록 반나절에 불과한 짧은 일정이었지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임팩트' 강한 전격적인 방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4일 오전 인천을 방문했다.
그리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 남쪽 최고위급 인사와 면담 및 비공개회담을 갖고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참관한 뒤 밤늦게 돌아갔다.
남북한 군.안보관련 최고 책임자들의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김관진 실장이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남북관계도 그 수확을 거둬야 되지 않겠느냐"고 기대 섞인 덕담을 건네자,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승인을 받은' 김양건 비서가 북측 대표단을 대표해 "이번 기회가 우리 북남 사이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해서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왔다"고 화답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열릴 예정인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순조롭게 풀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추석을 계기로 모색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겨울이 오기 전에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크고 북측이 이에 화답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 정부는 사실상 남북교류를 차단하고 있는 5·24조치에 대해서도 재검토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돼야만 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게 국민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면담하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동안 북한 고위급 인사가 서울을 방문할 때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졌었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단으로 서울을 방문했던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도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 바 있었다.
당시 애초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하루를 더 늘려가면서까지 면담을 성사시켰었다.
따라서 이번에도 북한 대표단의 청와대 방문 가능성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도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만날 용의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이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청와대 방문을 포기하면서 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특사 성격을 띤 북측 최고위급과의 면담은 불발되고 말았다.
만일 북한이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복원하려고 했다면, ‘시간 부족’은 말이 안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처럼 하루만 더 연장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북한 최고위급 대표단 방남에 대한 의도가 무엇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향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북미관계를 움직여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가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고 대미 관계도 타개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러시아에 이어 한국에도 접근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그런 의도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할 시점이다. 따라서 북한의 어떤 의도를 미리 예단하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다행인 것은 비록 박 대통령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면담이 불발로 끝났지만, 박대통령이 그들을 기꺼이 만날 용의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색하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로 삼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일 게다.
즉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기꺼이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남북 간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은 대화다. 비록 그 과정에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쪼록 이번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의 방남이 일회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고, 남북 간 상호신뢰와 교류협력, 나아가 통일로 나아가는 작은 단초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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