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김현, ‘오십보백보’ 아닌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0-06 12: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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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맹자가 양(梁)나라 혜왕(惠王)의 초청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셨지요. 한 가지 비유를 들어 봅시다. 싸움터에서 양쪽 군사가 맞붙어 싸움을 하려고 북을 울렸다고 합시다. 그런데 한 병사가 겁을 먹고, 갑옷을 벗어 던지며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다가 100걸음쯤 가서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또 한 병사는 도망을 치다가 한 50걸음쯤 되는 데서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100걸음 도망친 놈을 보고, 비겁한 놈이라고 욕을 했다고 칩시다. 어떻습니까, 임금님?" 하고 물었다.

그러자 혜왕은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50보나 100보나 도망친 데에는 다름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피차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세월호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에 대해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으로 국정감사에 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호통을 쳤다.

결국 김현 의원은 6일 소속 상임위를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외교통일위원회로 변경했다. 문희상 위원장이 김 의원과 맞교대해 외통위에서 안행위로 옮겨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방으로 악화된 국민여론을 무마시킬 수 있을까?

지금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제 1야당의 지지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물론 거기에는 김현 의원이 크게 한몫을 했다.

필자는 지난 달 18일 <김현 의원은 ‘금배지’를 걸어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김 의원이 “(당시) 유가족 한 명과 좀 떨어진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진 현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 거짓이라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물론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따라서 재판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는 상태이기는 하나 여러 가지 정항에 비춰볼 때, 즉 길 가던 행인들의 목격담이나 피해 당사자인 대리기사의 진술, 인근 건물에 있는 CCTV 영상 등을 감안할 때에 거짓일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실제 김 의원은 이제는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아직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현장을 보지 못했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격노하면서 김 의원의 상임위를 옮겨 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오십보백보의 도망치는 두 병사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필자는 지난 1일 <문희상 불출마 번복 사실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문 위원장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문희상 위원장은 작년 1월 17일 통합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3일째 되던 날 아주 비장한 각오로 "저는 정치적 인생의 꿈이 없다. 다음 당 대표, 원내대표 나갈 사람도 아니고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사람도 아니다"라며 20대 총선 불출마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었다.

당시는 그는 비대위원장으로서 ‘회초리 민생 현장 방문’이라는 이벤트를 벌였다가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 식 쇼만 한다’는 당내 거센 반발에 부딪혔었다.

그 때 문 위원장은 ‘20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자신의 ‘회초리 민생 현장 방문’이 쇼가 아니라 진정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확실한 효과는 있었다. 그의 총선 불출마선언이 당시 당내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반발도 상당히 수그러들었다.

이후 정계는 물론 언론계에서도 ‘문희상 의원의 차기 총선 불출마’는 하나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그런데 ‘일요신문’ 기자가 지난 19일 문희상 의원실을 찾았는데, 그곳 관계자로부터 “문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를 시사한 적이 없다. 단지 그 때는 ‘불출마를 각오’할 만큼 당 쇄신에 임하겠다는 뜻이었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안이 벙벙하다. 자신이 직접 진정성을 믿어달라는 의미로 총선불출마를 선언했던 정치인이, 그것도 아주 단호한 어조로 공개적인 선언을 했던 정치인이 그것을 철회한다면, 국민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아무리 국회의원 직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 그래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문 위원장이 직접 그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만일 불출마 번복이 사실이라면, 문 위원장과 김현 의원의 금배지에 대한 집착은 ‘오십보백보’로 누가 누구를 호통 칠 입장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김현 의원과 문의상 위원장에게 다시 묻는다.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거짓임이 판명 날 때 의원직을 사퇴할 것인가. 그리고 문 위원장은 20대 총선 불출마 의사를 번복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 줄 용의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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