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육군은 병영 내 부조리와 폭력을 제거하기 위해 병사 계급체계를 현행 4단계에서 사실상 2단계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4년 정착시킨 4계급 체계를 60년 만에 손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 기간은 이병 3개월, 일병 7개월, 상병 7개월, 병장 4개월로 되어 있다.
이를 이병은 5주간의 교육기간에만 부여하고, 교육을 마치면 곧바로 일병을 달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병은 일정 기간 복무 후 상병으로 진급시키지만 병장은 상병 중 소수의 군 복무 우수자만 선발 진급시켜 분대장 임무를 맡긴다고 한다. 분대장을 달지 못한 상병은 전역 직전 병장으로 진급한다.
과연 이렇게 하면 군부대내의 부조리와 폭력이 척결될 수 있을까?
같은 계급에도 호봉에 따라 엄연히 선후임 관계가 존재하는데 계급 기간 조정만으로 병영 부조리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되레 분대장으로 선발된 병장이 자신의 선임병인 진급하지 못한 상병을 대하는 과정에서 상하관계 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병영 내 문제를 개선하려면 ‘육사 순혈주의’부터 타파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은 "병 계급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군내 서열문화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일반 병보다는 장교부터 육사 등 특정출신에 치우친 인사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문재인 의원도 "군내 왜곡된 서열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선 장교의 특정출신 서열화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만일 이들의 지적처럼 우리 군에 육사출신과 비육사 출신을 차별하는 문화가 있다면 이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비육사 출신으로 임관한 초급장교들의 실망과 사명감 저하로 인해 야전에서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정 출신들이 군을 장악할 경우 엄격한 서열화와 ‘끼리끼리’문화로 인해 병영 내에서 각종 부조리와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쉬쉬’하며 덮어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오늘 날 부대 내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과 사고가 이와 연관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 단적인 예가 육사출신들의 군 수뇌부가 이른바 ‘윤 일병 사건’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시민단체가 폭로할 때까지 3개월 동안이나 은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입학과 동시에 육사, 비육사를 구분해 장군까지 진급할 장교와 영관급 장교이하에서 전역할 장교가 결정된다는 말은 사실일까?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최근 5년간 육군 장군(준장) 진급자 중 육사출신이 무려 77~80%에 달했다.
반면 3사군학교 출신은 고작 8~13%에 불과했으며, 학군출신은 5~8%에 그쳤다. 이러다보니 3사관학교 출신이나 학사장교 출신 등 비육사 출신들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장성진급은 꿈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관급 장교도 갈수록 비사관학교 출신 비율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령에서 대령, 소령에서 중령 진급대상자의 경우 육사 출신에 비해 비육사 출신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진급 인원은 육사출신이 더 많았다.
실제로 지난 2011년 215명의 영관급 인사가 있었는데, 육사진급대상 886명 중 140명이 진급한 반면에 3사출신은 981명 중 28명, 학군 출신은 870명 중 36명만 진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일명 ‘보이지 않는 손’이라 불리는 잘못된 관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의 진급심사 방식은 계급별로 전체적인 진급자 규모를 파악 한 뒤 사전에 육사와 비육사 출신의 비율을 정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관례에 따라 통상 중령→대령으로 올라가는 진급심사에서 적용되는 육사와 비육사 출신 비율은 무려 7대 3에 달한다고 한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비육사 출신들이 애국심과 긍지를 가지고 군 복무에 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육사 출신에 치우친 인사는 육사출신들의 비뚤어진 선민의식과 순혈주의를 부추기게 되고, 끼리끼리 문화를 조장해 결국은 그 폐해가 초급간부에까지 미치고 말단 부대 관리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병영 내 부조리와 폭력문제를 해결하려면, 병사 계급체계를 손대는 것보다 잘못된 ‘육사 순혈주의’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