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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비선 라인’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청와대의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 등을 만나 청와대 내부와 현 정부 동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감찰 문건의 내용을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6일 작성된 이 문건은 당시 여의도 정치권과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에 떠돌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중병설’ ‘김 실장 교체설’ 등의 루머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감찰하려는 목적으로 작성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정씨가 ‘비선 실세’로 불리는 대통령 핵심측근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청와대 외부 인사 4명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의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와 현 정부 동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또 핵심 측근 3명의 이름을 실명으로 언급하고 있으며, 정윤회씨와 만난 청와대 인사들을 묶어 중국 후한 말 환관에 빗대 ‘십상시’로 지칭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는 정씨가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 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정보를 유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세계일보는 “이 감찰보고서가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경찰 출신 A 경정에 의해 작성됐고, 이후 김 실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보고서가 제출된 지 한 달 만에 A 경정은 원대로 복귀하고, 조 비서관은 그로부터 두달 뒤 석연치 않은 사유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세계일보에 난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오늘 안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대응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문건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우선 그런 문건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민 대변인도 “청와대 민정수식설에서 문건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은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과 유사하지만 같은 보고서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정수석실에서 그런 취지의 문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은 확인된 셈이다.
그러면 그 문건이 정말 ‘공식감찰보고서’일까?
이에 대해 민 대변인은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문건은 공식감찰보고서가 아니고 단지 시중의 풍문을 모은 것에 불과한 ‘찌라시’ 수준”이라고 밝혔다.
즉 민정수석실에서 그런 문건을 작성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공식 감찰보고서가 아니라 시중의 풍문을 모은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윤회 국정농단 파문’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일파만파로 번지는 양상이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나아가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과 국정조사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 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공직기강비서관실 보고서의 진위 여부를 철저히 밝힐 것”이라며 “정씨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십상시’ 전부와 보고서 작성자 모두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의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보고서를 제출한 행정관은 그 이후 한 달만에 경찰로 복귀했고,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두 달만에 사표를 제출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그냥 ‘우연’이라며 유야무야(有耶無耶)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국민은 누가 그런 문서를 유출시켰는지도 알 권리가 있고, 정씨와 관련된 무성한 소문의 진상에 대해서도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이 규명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가 ‘시중에 떠도는 풍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그러면 그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파악했으며,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진실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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