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 청와대 해명이 필요하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4-12-01 16: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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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청와대 감찰보고서 파문이 날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문건의 외부 유출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동시에 이번 문건과 관련해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악의적인 중상이 확인될 경우 일벌백계로 조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최근에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이같이 강경대응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사실 신문사에는 시중에 떠도는 온갖 루머들과 각종 제보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그런 제보들은 취재과정에서 음해성이거나 사실무근으로 결론 나는 것들이 태반이다. 모르긴 몰라도 청와대에 들어오는 정보와 민원 가운데서도 이처럼 ‘시중에 떠도는 풍문’이나 ‘음해성 제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증권가 찌라시’수준의 엉터리 정보라 할지라도 그것이 ‘청와대 문건’으로 공식 기록되는 순간부터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지니게 된다.

아마도 이번에 유출된 문건이 그에 해당하는 것 같다.

실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문건'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언론에 대한 강력한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세계일보는 28일자 신문에서 올해 1월6일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동향감찰보고서를 입수했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정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10명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에서 만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세계일보는 해당 보고서가 모임 참석인사를 두고 중국 후한 말 조정을 휘두른 환관들인 '십상시'로 지칭하고 있으며 정씨는 이들로부터 청와대 내부 동향 등을 보고받는가 하면 김 비서실장의 교체설 등을 퍼트리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고서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경찰 출신의 A 경정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일보에 나온 청와대 관련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의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즉각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록 찌라시시 수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청와대 문건’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유출한 당사자를 색출해 ‘국정혼란’을 일으킨데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왜 이런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 작성됐는지에 대해서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청와대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관련 내용이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신문이 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언론이 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는 정윤회씨가 대통령 측근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에서는 전면부인하고 있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의혹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응답은 26.1%인 반면, "사실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5.8%에 달했다. "모름/무응답"은 18.1%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이 지난 30일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청와대는 이것이 시중에 떠도는 풍문들을 모은 찌라시 수준의 정보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그런 찌라시 수준의 정보를 사실로 믿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왜 그런 풍문이 떠돌고, 민정수석실은 굳이 그런 하찮은 정보를 문서로 남겼는지, 그리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문서를 유출시켰는지에 대해 검찰수사에 앞서 청와대가 먼저 명쾌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민의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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