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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모임에서 김도식 전 경기경창철장과 만난 일이 있다.
그 모임에는 김 전 청장의 동생이자 필자와는 초교 동창생인 친구도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친구는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위한 경선에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선 김 전 청장이 패배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당시 김 전 청장은 민주통합당이 공들여 영입한 경기도 이천시의 국회의원 후보였다.
하지만 한명숙 당시 민주당 대표는 이 지역구를 경선 지역으로 선정했고, 김 전 청장은 불가피하게 통합진보당 엄태준 후보와 경선을 벌여야만 했다.
얼핏 보면 그 경선은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일방적인 선거가 될 것 같았다.
전국적인 지명도 인지도를 갖춘 김 전청장이, 그것도 제1야당의 후보가 무명인사인 소수정당 후보에게 패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통합진보당 엄태준 후보의 승리라는 이변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친구가 ‘역선택’에 의한 경선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이다.
실제 당시 새누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체인 통합진보당 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런 방식으로 민주통합당 후보가 경선에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패배한 사례는 다른 지역에도 많았다.
실제 당시 민주통합당이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영입한 백혜련 변호사는 경기 안산 단원갑에서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에게 무릎을 꿇어 지도부를 난감하게 했었다.
물론 이들 지역에서 새누리당 후보들이 가볍게 승리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만일 당시에 지도부가 오픈프라이머리가 아닌 전당원투표제를 도입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선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경선에 참여하는 일만큼은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당원 20여명이 15일 국회 내 당 대표실에 들어가 항의를 벌이는 소동이 빚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평당원협의회는 이날 오전 9시 비대위를 앞두고 대표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에 따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비대위원들은 이 때문에 30분간 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한 것이다.
새평협 임채홍 상임대표는 “앞으로 당원이 참여하지 않는 선거는 전체가 무효다. 평당원들이 화가 났다.뿔이놨다”고 주장했다.
대체 평당원들은 무엇 때문에 이런 시위를 벌인 것일까?
당헌에 ‘당원중심주의’를 명문화 해달라는 것이다. 또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시 전당원투표제를 실시하고, 잘못하는 지도부에 대해선 당원소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외에도 평당원들은 비대위원 전원 사퇴 및 강경노선 탈피 및 중도개혁 정당으로의 노선 변화 등의 4대 요구사항을 발표했으나 핵심은 ‘당원 중심의 명문화’다. 즉 당을 몇몇 당 지도부가 아니라 당원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대표 등 지도부 선출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당연한 요구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오픈프라이머리’라는 명분에 밀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무시당하고 만 것이다.
실제 이날 현재 전당준비위원회가 전체 회의를 열고 전대룰을 논의하고 있지만, 전당원투표제는 아예 논의에서 제외되고, 대의원·권리당원 : 일반당원·국민 비율을 7 : 3으로 할지, 8 : 2로 할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친노계는 '대의원(30%)·권리당원(40%) :일반당원·국민(30%)', 즉 7 : 3 구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정세균계는 '대의원(50%)·권리당원(30%) : 일반당원·국민(30%)'의 8 : 2 구성을, 비노계는 '대의원(30%)·권리당원(50%) : 일반당원·국민(30%)의 8 : 2 구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평당원들의 의견은 아알곳하지 않고,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의견만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다 2012년 총선의 과오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당원들의 이런 요구를 묵살하기 어려운 당 지도부가 최근 역선택 가능성이 높은 일반국민의 경선 참여비율을 낮추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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