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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은 언론을 위한 언론에 의한 언론의 게이트다.”
이영작 박사는 최근 불거진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파문을 ‘언론게이트’로 규정하며 이같이 비판했다. 이영작 박사가 누구인가.
사실 그는 정치인도 아니고 정치평론가도 아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공학도로 미국에서는 통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LSK Global’이라는 의학과 제약 관련 임상실험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정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고(故)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로 ‘준비된 대통령’이란 슬로건을 만든 그는 ‘97 김대중 대통령 만들기’라는 부제의 <대통령 선거전략 보고서>란 책을 냈으며, 지난 대선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정확하게 예측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그에게 붙여진 ‘정치평론가’라는 새로운 직함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됐다. 그런 이 박사가 시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윤회 문건은 언론게이트’라고 규정한 것이다.
맞는 말이다. 검찰조사 결과 역시 ‘정윤회 문건’은 물론 ‘박지만 미행보고서’도 모두 박관천 경정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만들어낸 ‘지라시’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정윤회 문건’이나 ‘미행보고서’의 내용은 모두 날조된 엉터리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검찰 관계자들이 “보고서 내용을 확인하면서 수사팀도 황당했다”고 혀를 내둘렀겠는가.
그 내용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하나의 예를 들어 보겠다. 박 경정이 박지만 EG 회장에게 전달한 ‘미행 보고서’ 속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박 경정은 보고서에서 경기도 남양주의 유명카페 사장 아들 A씨를 ‘미행자’, 전직 경찰관 B씨와 카페 사장을 ‘미행설 유통자’로 지목했다. 그래서 검찰이 이들 3명을 불러 진술을 받았는데 ‘미행자’로 지목된 A씨는 당시 미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경정은 허위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남양주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있을 때 팀장이었던 B씨에게 한 차례 전화를 걸어 “A씨가 오토바이를 타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B씨는 “요즘은 타지 않는다”고 알려 주었는데도 박 경정은 보고서에 A씨를 ‘오토바이 탄 미행자’로 적었다. 심지어 ‘경찰관에게 정보를 입수했으며 그의 소개로 미행자를 직접 면담했다’는 있지도 않은 내용까지 집어넣었다.
한마디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은 경정 계급의 경찰공무원이 허위 문건을 만들어 보고하고 전파하면서 불거진 ‘스캔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도 각 언론, 특히 종편에서는 이 문제를 연일 부각시켜 왔다.
결과적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유력언론이 허위 날조된 내용을 가지고 지면과 방송을 통해 호들갑을 떤 셈이다.
그러면 시민일보도 알고 있는 사실, 즉 그 문건이 ‘지라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조선일보가 정말 몰랐을까?
이와 관련 이영작 교수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세계일보가 터뜨린 거 쫓아가지 않았나? 조선일보가 과연 몰랐을까? (조선일보가)제보 안 받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박사의 이 발언은 조선일보가 제보를 받았지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의미일 것이다. 사실 우리 시민일보에도 그와 유사한 제보들이 수없이 들어온다. 그러나 사실관계 확인과정에서 대부분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런데도 세계일보가 터뜨리자 조선일보가 그 뒤를 따라 이 문제를 확대재생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이 박사가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 대체 종편과 보수언론은 왜 그런 식의 보도를 일삼은 것일까?
이영작 박사는 ‘언론의 청와대 길들이기’로 해석했다.
아마도 보수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에 불만을 가졌던 것 같다. 이들 언론이 박 대통령을 향해 ‘소통부재’라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이영박 박사의 말처럼 언론이 청와대를 길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지라시’ 수준의 정윤회 문건 의혹을 의도적으로 확대시킨 것이라면, 그것은 ‘진실과 사실만을 보도한다’는 언론의 사명을 포기한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박관천 경정의 ‘원맨쇼’에 장단을 맞춰온 언론들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가뜩이나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한 마당에 일부 언론의 이런 잘못된 보도행태가 우리 사회에 불신의 싹을 키우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나저나 그런 놀음에 장단 맞춰온 야당은 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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