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찬식 기자] 인천 '여행가방 속 할머니 시신' 사건 피의자 정형근(55)씨의 신병과 사건기록이 6일 검찰로 송치됐다.
평소 '엄마'라 부를 정도로 가까웠던 지인 전모(71·여)씨를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버린 뒤 달아난 정씨는 범행 9일 만인 지난달 29일 서울 을지로5가 훈련원공원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버려진 여행용 가방…고교생의 신고
지난달 22일 오후 3시7분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한 빌라 인근을 지나던 A(17)군 등 고교생 2명이 국방색 여행용 가방(가로 60㎝, 세로40㎝, 두께30㎝)에 담긴 전씨 시신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여행용 가방이 조금 열려 있고 사람 엉덩이 같기도 하고 사람 모형의 인형인 것 같기도 하다"고 112에 신고했다.
당시 시신은 옷이 입혀져 있었으며 머리를 둔기로 맞고 목과 옆구리 등을 흉기에 찔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로 볼 때 숨진지 며칠 안 된 것으로 보고 가방이 발견된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용의자 정형근 도주, 공개수사 전환
경찰은 다음날인 23일 피해자와 용의자를 특정했다. 피해자는 인천 부평구에 살며 인근 종합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전모씨로, 전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4시께 잔치 집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아 22일 오후 1시38분 가족들이 가출 신고했다.
경찰은 또 피의자가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시신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버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 피의자를 특정하는 한편 전씨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24일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용의자를 뒤쫓았지만 인천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25일 전국에 용의자 정형근씨에 대한 수배전단을 배포하는 등 공개수사로 전환한다.
시민들은 '수원 토막살인 사건' 등 연이어 발생하는 흉악범죄로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공개수사 전환 이후인 26일 국과수는 사건 관련 압수물 감정 회신을 통해 "피의자는 정형근이 확실하다"는 소견을 내놓는다.
◇정형근 검거와 드러난 범행 의도
경찰은 공개수사 전환 뒤에도 용의자 검거에 난항을 겪는다. 범행 이후 종적을 감춘 정씨를 붙잡기 위해 인천은 물론 정씨 고향을 찾아가고 떨어져 지낸지 오래 된 그의 가족들을 주시했지만 몸을 숨긴 정씨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수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28일 정씨 모습이 담긴 CCTV 동영상을 토대로 수배전단을 재작성, 배포한다. 전국에서 정씨를 닮은 사람을 봤다는 신고가 들어왔지만 결정적인 내용은 없었다.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29일 오후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서울시 중구 훈련원공원 인근 편의점에서 정씨 아들 명의 체크카드가 사용된 사실이 포착됐다. 정씨를 용의자로 지목하면서 아들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압수수색을 걸어 둔 경찰은 만약 카드가 사용될 경우 통보 조치를 해 둔 상황이었다.
수사를 진행해 온 인천 남동경찰서는 곧바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수사 공조를 요청, 같은 날 오후 7시께 훈련원공원에서 노숙자 2명과 술을 마시던 정씨를 검거했다. 당초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범행'을 주장한 정씨는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압박하자 범행 동기를 자백했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지난달 20일 피해자 전씨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성폭행을 시도, 전씨가 이에 반항하자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숨진 전씨와 술을 마시다 욕정이 생겨 성폭행을 시도했고 전씨가 반항하자 물컵으로 머리를와 얼굴 등을 수차례 내려치고 머리를 벽에 부딛혀 살해했다. 또 숨진 전씨를 여행용 가방에 담는 과정에서 확인사살을 위해 흉기로 목과 복부 등을 수차례 찔렀다.
◇경찰의 헛발질…피해자 시신 성인용품으로 오인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미흡한 상황판단으로 수사 지연을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사건을 112에 신고한 학생들을 시신과 함께 1시간 동안 방치시켜 인권침해 논란까지 낳았다. 경찰에 따르면 112 상황실은 지난달 22일 오후 3시7분 "여행용 가방이 조금 열려 있다.
사람 엉덩이 같기도 하고 사람 모형의 인형인 것 같기도 하다"는 A군 등의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사체를 인형 모양의 성인용품으로 오인한 112 상황실은 해당 사건을 '변사'가 아닌 '분실물 습득'으로 처리, 신고 1시간만인 같은 날 오후 4시5분이 돼서야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
초동 조치가 늦어진 것은 물론 신고 학생들은 참혹하게 살해된 시신과 함께 1시간 동안 경찰을 기다려야만 했다. 당시 학생들은 경찰에게 빨리 와 달라고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경찰은 학생의 말을 믿지 않고 다른 현장을 먼저 출동했다.
신고 학생들의 학교는 현재 이들이 받았을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외상)'를 우려해 심리치료를 계획하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이 같은 조치를 취하거나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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