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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옛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으로 판이 벌어진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거물급 정치인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타가 될 전망이다.
먼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경우를 보자.
이번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은 서울 관악을, 광주 서을, 경기 성남 중원 등 3곳으로 모두 야성이 강한 지역이다. 새누리당이 가장 해 볼만한 지역으로 꼽고 있는 중원도 녹록치 않다.
2010년엔 한나라당 김문수 전 지사가 국민참여당 소속 유시민 전 의원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으나 중원에선 45.47% 대 54.72%로 유 전 의원이 무려 9.2%포인트 앞섰다.
작년 6월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남경필 지사는 새정치연합 김진표 전 의원에게 성남 중원에서 5.7%포인트 차로 졌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신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이 야권연대 없이 세 곳 모두 독자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유일한 원내진보당인 정의당도 “선거가 열리는 3곳에서 모두 후보를 내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옛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도 출마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의 경우 쟁쟁한 인사들마저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일여(一與) 대 다야(多野)’의 대결구도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할 경우 김무성 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한자리만 얻더라도 체면치레는 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3곳 모두 패배할 경우 당장 ‘김무성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고, 그는 대표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처럼 김 대표 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뜻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의원은 어떤가.
전문가들은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문 의원이 2.8 전대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문 의원이 4.29 보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텐데, 과연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도 승리를 이끌어낼 만한 후보를 찾을 수 있겠느냐 하는데 회의적이다.
국민모임 측은 서울 관악을에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성남중원에 조국 서울대 교수, 광주 서을에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각각 영입해 출마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중원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차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광주 서을의 경우엔 이용섭 전 의원과 강운태 전 광주시장과 같은 무소속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후보는 고사하고 새정치연합이 이런 쟁쟁한 다른 야권 후보들과 싸워 승리를 담보할만한 인물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그나마 두석이라도 얻으면 문 의원은 면피를 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두석 이상을 내어주면 문 의원 역시 퇴진론으로 인해 대표직을 내놓아야만 한다.
정동영 전 의원은 어떤가.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국민모임에 합류한 그는 신당이 단 한 석이라도 얻으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모임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다.
실제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이 4.29 보선에서 3곳 모두 후보를 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음에도 국민 10명 중 5명가량은 정치권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만일 국민모임이 이번 보선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할 경우, 신당창당 작업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고, 국민모임과 함께 정동영 전 의원도 동반 몰락할 수밖에 없다.
유시민 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정의당의 출마요청을 받아들여 출마했다가 당선되면 다행이겠으나 낙선하면 영원히 정치권에서 잊힌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적으로 4.29 보선이 김무성 문재인 정동영 유시민 등 쟁쟁한 거물급 정치인들의 운명을 좌우하게 되는 셈이다.
모두가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그러나 누군가는 패할 수밖에 없는 게 선거다. 그 잔인한 선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과연 누구일까?
어쩌면 이번 선거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관망하는 위치에 서 있는 정치인들이 최후의 승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선은 새누리당이 어부지리(漁父之利)하는 게 아니라 ‘제3의 중도신당’을 준비 중인 세력이 어부지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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