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보선, 문재인의 운명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2-23 15: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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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선거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23일 국회 브리핑에서 “선거기획단은 4·29 재보선 승리를 위해 선거전략, 주요이슈 등을 기획-관리하게 된다”며 “향후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 등 각종 기구를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덩달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만나 ‘당 외연 확장’을 강조했던 문 대표는 연휴 마지막날인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이 같은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무거워 보인다. 아마도 세 곳에서 치러지는 이번 국회의원 보선 결과가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것이란 판단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번에 선거가 실시되는 3곳은 모두 전통적인 야당 강세지역인데다가 요즘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상승해 새누리당과의 격차가 오차범위내로 좁혀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마당이다. 따라서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새정치연합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서울 관악을은 현행 소선거구제 총선이 도입됐던 13대 총선 이후 단 한번도 현재의 여당 측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지난 총선 당시 세종시로 지역구를 옮긴 이해찬 의원이 이 지역서만 17대까지 내리 5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성남 중원 역시 이른바 '뉴타운 광풍'이 불어 닥친 18대 총선 때를 제외하고는 15·16·17·19대 총선 모두 현재의 여당 측 후보가 패배한 야권 강세지역이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광주 서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 후보의 낙승을 장담할 만한 지역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게 문제다. 야권 표의 분산 탓이다.

새정치연합 이외에도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진보 신당을 추진 중인 '국민모임'이 3곳 선거구에 모두 독자 후보를 낼 계획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옛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들까지 출마선언을 하고 나선 마당이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야권연대’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 스스로도 지난 2.8 전당대회 과정에서 ‘야권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이 이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야권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라며 “야권연대는 없다”고 일축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야권연대 없이 새누리당 후보와 싸워 승리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아무리 야당 강세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야권 표가 사분오열되면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漁父之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성남 중원이 야권분열로 인해 새누리당 신상진 전 의원이 압도적으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관악을 역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지난 총선 당시 30%대를 넘어서는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어 한번 해볼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두 곳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 대표의 향후 대권행보는 물론 당장 당 대표의 행보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어쩌면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운명을 재연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공천과정을 거치느냐 하는 점도 문제다. 당장 전략공천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30 재보선 당시 전략공천 후유증이 너무 심각했고, 그로 인해 당이 완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선을 거쳐야 하는데, 그럴 경우엔 광주 서을이 문제다.

천정배 전 법무장관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영택 전 의원이 지역위원장으로서 대의원들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선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경선을 하자는 건 천 전 장관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이게 문 대표가 안고 있는 딜레마다.

과연 문 대표가 이런 난관들을 뚫고 4.29 보선에서 승리해 대권가도의 발판을 확실하게 구축하게 될지, 아니면 선거에서의 패배로 대권문턱에서 무너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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