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김무성 vs. 박원순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2-26 15: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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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사실상 반대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박시장의 발언은)연금 개혁에 어깃장을 놓는 발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 재정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만한 분으로서 신중치 못하고 적절치 못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공무원연금개혁에 사실상 반대하는 발언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사명감으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공무원연금개혁은 국민 70%가 찬성하고 있고 야당도 반드시 추진하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용기 있고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시장도 입장을 바꾸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박 시장이 '공무원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면 시한을 늦출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되면 과거처럼 개혁이 폭탄돌리기식 미봉책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개혁에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는 정부도, 공무원단체도 아닌 국민”이라며 “야당도 하루 빨리 국민의 여론과 이해당사자 의견을 반영한 연금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23일 시청 집무실에서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박봉에도 기대하는 유일한 희망이 연금”이라면서 “과도한 것이 있으면 조정은 하되 우수한 인재를 공무원으로 남아 있게 만드는 매력을 없애면 안 된다”고 사실상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반대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또 박근혜정부가 4월로 못 박은 공무원연금 개혁 시기에 대해서도 “개혁이란 것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시한을 늦출 수도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개혁은 김대중 정부부터 시작해서 십수년간 미루고 미뤄온 숙제이다. 지난 10년간 들어간 정부보전금 규모 보다 앞으로의 10년간 보전금 규모는 7배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도 공무원연금 적자를 매우기 위해 매일 100억원 가량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다. 막대한 국민세금이 공무원의 높은 연금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10년 뒤에는 매일 300억원 가량의 어마어마한 액수가 국민 세금에서 나가야 한다. 만일 지금 개혁하지 못하면 내년에 태어나는 아기는 평생 동안 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3780만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제 더 이상 시기를 늦출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참여정부 때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장관이 새누리당의 퇴직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유 시민 전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개혁안에 대해 "2007년 (참여정부 때)내가 준비하던 것보다는 조금 더 과격하고 급진적"이라며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수급권이 계속 쌓이기 때문에 10년, 15년 후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그래서 지금 하자는 것"이라고 긍정평가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은 용기 있고 잘 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왜 박 시장은 유독 이를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최근 문재인 대표에게 대권 주자 지지율에서 밀리는 박 시장이 공무원 표심을 잡기 위해 던진 반전용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박 시장의 발언에 대해 비판적이다.

결국 여론에 밀린 박 시장이 이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쯤 김인철 시 대변인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기적으로 반대한다던가, 특정한 생각 말씀 하신 바 아니다. 공무원 인재 풀을 선순환 한다는 측면에서 말한 것으로 연금개혁 자체를 반대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사회적 합의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차제에 박 시장이 단순히 자신의 발언을 구차하게 해명하기보다는 되레 공무원연금개혁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 어떨까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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