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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에 비상이 걸렸다.
사실 이번에 선거가 치러지는 3곳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해산된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역구다. 따라서 이들 지역 모두 야당 강세지역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사실상 새정치연합의 싹쓸이가 가능한 선거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제 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어느 한곳에서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선거실무 사령탑인 양승조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의 목표치를 ‘1석 이상 확보’로 낮춰 잡았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가 246개 전체 선거구 가운데 3개 지역구에서 이뤄지는 만큼 의미를 과대하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각 언론은 이번 4.29 선거 결과가 여야 각 당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만큼 매우 중요한 선거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양 사무총장의 발언과 언론의 시각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또 양 사무총장은 이른바 ‘야권연대’와 관련해서도 확실히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실제 그는 "감동 없는, 원칙 없는 연대는 없다는 게 확고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가 야권연대는 절대 안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는 “명분 없는 야권연대는 없다”며 4월 보궐선거에서 정의당과도 연대할 뜻이 없다고 밝힌 문재인 대표의 발언과 비교할 때 온도차가 있다.
뿐만 아니라 양 사부총장은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대략 30% 내외로, 20~30대의 투표율이 낮으면 야권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일대다 구도이기 때문에 불리한 점이 있다”고 거듭 ‘불리한 선거’를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재보선=야권 승리’ 공식과 상반되는 것이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22곳의 재보선에서 ‘전패’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이 2009년 4·29 재보선에서 ‘0대 5’로 참패했으며, 같은 해 10.28 재보선에서도 ‘2대 3’으로 졌고, 2011녀 4.27 재보선 역시 ‘1대 2’패 했었다.
다만 ‘선거의 여왕’인 박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기존의 공식이 깨져 2013년 4·24 재보선은 ‘2대 1’, 10·30 재보선은 ‘2대 0’, 2014년 ·7·30 재보선은 ‘11대 4’로 여당이 모두 이겼을 뿐이다. 따라서 ‘재보선은 야당이 불리한 선거’라는 양 사무총장의 주장은 맞지 않다.
아무튼 양승조 사무총장의 발언을 종합해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낮고 일대 다 구도이기 때문에 새정치연합이 불리해서 한 석만 확보해도 이긴 선거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야권연대를 할 수도 있고, 전패하더라도 불과 3개 선거구에서만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새정치연합이 느끼는 ‘완패의 공포’가 얼마나 큰지 가히 짐작할만한 발언이다. 실제 서울 관악구 을(乙)과 경기 성남 중원, 광주 서구 을(乙) 등 3곳 가운데, 새정치연합이 가장 손쉬운 낙승 지역으로 꼽았던 광주 서을의 분위기마저 심상치 않다.
천정배 전 의원이 지난 4일 “실종된 광주정신을 복원하겠다”면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4·29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고 폭탄선언을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문재인 대표가 “출마에 뜻이 있다면 우리 당 경선에 참여해달라는 권유를 드렸다”면서 “(탈당을) 최종 확정한 것이 아니라면 다시 권유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지만, 천 전 장관은 결국 9일에 탈당, 무소속출마 기자회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천 전 장관이 국민모임, 정의당 등과 연대해 비(非)새정치연합 후보가 될 경우, 새정치연합 경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다.
경기 성남 중원에서는 새누리당이 일찌감치 신상진 전 의원을 공천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것이다. 김미희 전 통진당 의원이 이미 출사표를 던진 상태여서 야권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탓이다. 실제 최근 실시한 어느 여론조사에서는 신 전 의원이 압승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관악을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오신환 당협위원장과 김철수 양지병원장을 놓고 경선을 실시, 오신환 위원장을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이 지역은 전통적인 야당 텃밭으로 단 한 번도 현재의 여당 계열 후보가 승리해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여당 불모지’다. 그런데 이번엔 한번 해볼만하다는 것이다.
이 지역구 출신의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정의당에서도 이동영 정책위부의장이 출마선언을 한 탓이다. 국민모임도 독자후보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후보가 누가 되든 야권 표 분산을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의 ‘전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표가 과연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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