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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사무총장이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관악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향해 “철새 정치인”이라며 맹비난했다.
양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전 장관에 출마에 대해 "게(실리)도 구럭(명문)도 없는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전주 덕진에서 동작을로, 다시 덕진으로, 또 강남으로, 마침내 관악을까지 갈지자 행보의 연속"이라며 "말과 행동, 그 어느 것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과연 제1 야당의 이 같은 비판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필자는 정동영 전 장관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되레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그에게 비판적이다. 그럼에도 언론인의 입장에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인양 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굳이 그를 위한 변명을 해 보고자 한다.
정 전 장관은 전주 덕진에서 당선 돼 15회 국회에 입성했다. 16대 총선 당시에도 덕진에서 출마, 재선의원이 됐다. 15대 16대 총선 당시 그가 받은 득표율은 무려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18대 총선 당시에는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겼고, 거기에서 정몽준 후보에게 밀려 낙선하고 말았다. 문제는 정 전 장관이 스스로 원해서 그 쪽으로 지역구를 옮긴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당 대표인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간곡한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 제1야당은 무척 어려운 시기였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고 정당도 민심을 얻지 못하던 그런 시기였다. 그때 손학규 대표가 정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도 어려운 종로에 출마할 테니 정 전 장관도 동작을에 출마해 달라는 권유를 받았고, 그를 수용했던 것이다. 만일 당시 그가 덕진에서 출마했다면 손쉽게 당선됐을 것이다.
아무튼 18대 총선 패배는 정치인 정동영 입장에서는 상당한 치명타였을 것이다.
그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듬해 4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전북 전주덕진 재보선 출마를 시도했지만 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내 일각에서 “열악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만큼 본인이 원한다면 굳이 정 전 장관의 고향인 전주 덕진을 공천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당 지도부는 끝내 그를 버렸다.
그러자 그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재보선에서 승리한 그는 해를 넘긴 2010년 천신만고 끝에 복당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실제 그는 출마 과정에서 빚어졌던 당 지도부와의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아 19대 총선 때는 여당의 전통 텃밭 격인 서울 강남에서 출마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주역이었던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에게 또 다시 패하고 말았다. 즉 지역구를 옮긴 것은 정동영 개인의 의지라기보다는 당의 권유나 당으로부터 버림받아 이뤄진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정 전 장관을 향해 ‘철새 정치인’이라고 공격할 수는 있으나, 새정치연합이 그런 식으로 공세를 취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정 전 장관이 탈당하고 국민모임에 합류한 것도 모자라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데 따른 불편한 심기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관악을은 이번에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4곳 가운데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아왔던 지역이다. 그런데 그의 출마로 이곳마저 어렵게 됐다.
정 전 장관은 새정치연합이 그의 출마를 가리켜 ‘야권분열’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 “야권 분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가진 사람 얘기”라며 “저는 야권 강화론, 야당 강화론을 말하는 것이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것이 전형적인 야당의 모습이다. 그래서 저를 도구로 써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잘 모르겠다. 그의 말대로 ‘야권강화’를 위해 출마한 것인지, 아니면 새정치연합의 지적처럼 ‘야권분열’만 초래하게 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그가 여러 차례 승부수를 던졌지만, 그 승부수들 가운데는 패착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가 여러 지역구를 옮긴 것은 맞지만 그것이 기존의 ‘철새 정치인’들의 행태와는 분명하게 구별돼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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