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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은 '성완종 변수'에 연동되는 또 하나의 변수다. 당초 야권 분열로 야권 지지층의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여당 친박 실세들의 비리 정황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수도권 격전지에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통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발행하는 어느 지방일간지의 전망이다.
심지어 이 신문은 “수도권에서 투표율이 50%를 넘어설 경우 야당이 유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며 상당히 높은 투표율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은 다르다. 물론 새정치연합 안방 격인 광주 서을에선 새정치연합 조영택 후보와 무소속 천정배 후보 간 치열한 싸움으로 인해 40%대 정도의 높은 투표율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 관악을, 성남 중원, 인천 서구.강화군을 등 수도권 3곳의 투표율은 결코 20%대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중앙선관위는 이들 지역에 대해 30%대의 평년 수준의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 아마도 역대 재보선 투표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실제 2013년 4ㆍ24재보선 33.5%, 10ㆍ30재보선 33.5%였고 지난해 7ㆍ30재보선에서는 32.9%다. 따라서 평년 수준의 투표율이라면 30%대는 무난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인해 정치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성완종 로비 리스트에 여권 실세들뿐만 아니라 야당 인사들도 14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매우 냉담해졌다. 성완종 리스트 조사가 진행될수록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적 불신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최근 4주간 무당층의 비율은 3월 4주 28.2%, 4월 1주 29.7%, 2주 30.9%, 3주 30.3%로 전반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선거 당일까지 약 1주일 남은 시점에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30%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도 유권자의 3명 중 1명은 지지정당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만큼 기존의 정당들, 즉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재보선 투표일은 평일이어서 직장인인 30~40대 투표층의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다. 꼴 보기 싫은 정치인들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는 작은 희생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탓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기성정치집단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다.
거대 양당이 그동안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를 했더라면, 유권자들이 지금처럼 선거에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지지정당을 정하지 못하고 무당층으로 남아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유권자들은 이번 4.29 재보선을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권자들은 정치 불신의 주범인 양당을 심판하기 위해 투표참여를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이번 4.29 재보선 투표율이 예년 평균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저조하다면, 즉 필자의 예상대로 20%대에 그친다면 그것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대한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낮은 투표율이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만큼 새정치연합의 반성은 더더욱 절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29 재보선 이후 새정치연합 발(發) 야권재편이 이뤄질 것이고, 당내에서 비주류로 숨죽여 지내던 인사들이 합심하여 신당창당의 깃발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유권자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이해한다. 하지만 투표에는 참여해야 한다. 최선(最善)의 후보가 없다면, 차선(次善)의 후보라도 선택해야 하고, 차선의 후보마저도 없다면 차악(次惡)의 후보를 선택해서라도 최악(最惡)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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