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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선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당이 말하는 특검과 야당이 말하는 특검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상설 특검법’에 의한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별도 특검'을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대체 ‘상설 특검법’에 의한 특검과 ‘별도 특검’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27일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친박 게이트’로 규정하고, “친박게이트 특검은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별도 특검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제대로 된 수사를)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야당이 제안하는 특검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특검은 청와대와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보장되는 특검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당 양승조 사무총장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진실을 규명하는 특검이 아니라 진실을 회피하는 특검만 하자며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정한 특검이 아니고는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 대통령 측근과 권력실세들에 대한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자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이란 야당에 특검 추천권을 넘기는 것이 핵심인 셈이다.
그러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상설 특검법’에 의한 특검은 어떤 것인가.
지난해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제도는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이루어졌으며, 박 의원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19대 국회에서 한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상설특검법의 의결”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당시 박 의원은 2013년 예산 처리 정국에서 상설특검제 도입을 여당에 구두로 약속받고 예산관련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상설특검제’를 “진실회피 특검”이라고 호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이 이날 논평을 통해 “상설특검을 누가 주도한 것인지 몰라서 그런 것 이라면 위험한 망각병이다. 자신들이 주도해 만든 것인 줄 알고도 그런다면 황당한 자기부정”이라고 꼬집은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설특검은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도록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상설특검을 규정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여야 각 2명,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가 2명의 후보자를 서면으로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은 추천일 사흘 내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야당이 현행 상설특검법이 아닌 별도 법에 의한 특검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설 특검’이냐, ‘별도 특검’이냐를 놓고 정쟁을 벌이기보다는 여야가 각각 ‘제 3의 절충안’을 제시하고,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정치개혁의 기회로 삼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공정한 업무 처리와 법 적용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즉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측근들을 내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마음 아프겠지만 정치개혁을 위해 그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런 차원에서 되레 박 대통령이 특검도입에 더 열의를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하여 정치권에 만연한 부정부패가 뿌리 뽑힐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박 대통령은 역할을 다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순방 기간 동안 복통과 미열에 시달린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서울 시내 모처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고 하니 걱정이다. 검진 결과 만성피로 때문에 생긴 위경련에 의한 복통이 주증상으로 나타났고 인두염에 의한 지속적인 미열도 있어서 전체적인 건강상태가 많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야당은 대통령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기를 바란다. 모쪼록 박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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